[소프트 수출파워 세계를 연다] 국내에선 2100조 굴려 고작 3조 벌어…은행들 "나가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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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해외로 달려가는 K뱅킹
동남아 현지은행과 승부
잠재고객만 3억5000만명…수익성 한국의 2~5배 달해
막오른 '금융수출 시대'
올 해외점포 100여곳 신설…제2금융도 1년새 20곳 늘어
동남아 현지은행과 승부
잠재고객만 3억5000만명…수익성 한국의 2~5배 달해
막오른 '금융수출 시대'
올 해외점포 100여곳 신설…제2금융도 1년새 20곳 늘어
신한은행은 올해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지점 4곳의 추가 개설 인가를 받았다. 14곳인 베트남 현지 지점을 18개로 늘릴 수 있어 올 연말이면 외국계 은행 중 HSBC(지점 15개)를 제치고 최다 지점을 갖춘다. 신한은행은 2014년 31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외국계 수익 1위 HSBC와의 격차를 700만달러로 좁혔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내 HSBC를 제치고 베트남 최대 외국계 은행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 50년간 한국 금융회사들은 ‘우물 안 개구리’로 불렸다. 안방(한국)에서는 잘나갔지만 바깥(해외)에선 활약이 미미해서다. 금융업은 전형적인 내수용 산업이라는 조롱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좀처럼 우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빠르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캐피털 등도 해외 진출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 수출’ 시대의 막이 올랐다.
밖으로 나가야 산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은행은 31개에 달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금은 17곳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과잉’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지점은 7278개. 국민 6900명당 은행 지점 1개꼴이다.
은행 서비스에도 큰 차이는 없다. 거의 모든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업대출 등을 통해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에 의존하는 영업을 한다. 그렇다 보니 ‘상품 베끼기’도 성행 중이다. A은행 영업담당 부행장은 “차별화된 상품을 먼저 내놓아도 두어 달 지나면 다른 은행들에서 똑같은 상품을 내놓기 일쑤”라고 했다.
초저금리 흐름은 이 같은 과당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고 동시에 수익성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 2128조원이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6%다. 100조원의 자산을 굴려 고작 16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시장이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014년 1.79%에서 지난해 1.58%, 올해 1분기 1.55%로 떨어졌다.
결국 활로는 해외 시장에 있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해외 시장,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시장의 NIM은 3~5%다. 똑같은 영업을 해도 국내보다 2~5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은행이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국의 금융이용률(은행계좌 보유 인구 비중)은 평균 30% 수준이다. 95% 안팎인 한국과 비교할 때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줄잡아 인구 5억명 중 3억5000만명이 잠재적인 고객이다.
급성장하는 K뱅킹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룬 건 2년 전인 2014년부터다. 이전까지 국내 은행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편승하는 전략을 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협력사가 나가는 곳에 함께 진출해 이들 기업을 상대로 대출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진출은 양과 질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12개 국내 은행(산업·수출입·외국계은행 제외)의 해외영업 점포는 2013년 말 252개에서 올해 4월 537개로 늘었다.
올 연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권 해외 영업점포도 110~120곳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209곳인 해외점포를 300곳으로 늘릴 예정이며, 신한은행도 베트남, 인도, 호주, 멕시코에 10개 영업점을 확충한다. 농협은 인도와 베트남 영업망을 확대하고 JB금융과 BNK금융 등 지방 금융회사도 인도, 베트남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영업점포 등 외형만 늘어난 건 아니다. 현지화도 착착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3년 새 현지 고객 40만명을 확보했다.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부행장)은 “해외에 나가서 한국 기업, 동포만 상대해선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2금융사도 속속 해외 진출
카드, 보험,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해외 진출도 급증세다. 지난달 말 기준 보험, 카드, 캐피털사의 해외 영업 점포는 110개에 달한다. 2014년 말에 비해 20개 이상 늘었다. 지난해엔 신한카드가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의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OK저축은행으로 잘 알려진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폴란드 등으로 빠르게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곳에 답이 있다”고 했다.
급증하는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제대로 된 현지화 전략과 시장조사 없이 경쟁사를 따라가는 식의 ‘미투(me too) 진출’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국내 금융사들이 똑같은 시장에 똑같은 전략으로 진출하다간 국내에서처럼 과당경쟁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태명/김일규/윤희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좀처럼 우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던 국내 금융회사들이 빠르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보험·카드·캐피털 등도 해외 진출 대열에 합류했다. ‘금융 수출’ 시대의 막이 올랐다.
밖으로 나가야 산다
1990년대 후반 국내 은행은 31개에 달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금은 17곳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과잉’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 지점은 7278개. 국민 6900명당 은행 지점 1개꼴이다.
은행 서비스에도 큰 차이는 없다. 거의 모든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기업대출 등을 통해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에 의존하는 영업을 한다. 그렇다 보니 ‘상품 베끼기’도 성행 중이다. A은행 영업담당 부행장은 “차별화된 상품을 먼저 내놓아도 두어 달 지나면 다른 은행들에서 똑같은 상품을 내놓기 일쑤”라고 했다.
초저금리 흐름은 이 같은 과당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고 동시에 수익성은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 2128조원이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16%다. 100조원의 자산을 굴려 고작 1600억원의 이익을 내는 시장이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014년 1.79%에서 지난해 1.58%, 올해 1분기 1.55%로 떨어졌다.
결국 활로는 해외 시장에 있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해외 시장,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시장의 NIM은 3~5%다. 똑같은 영업을 해도 국내보다 2~5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국내 은행이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5개국의 금융이용률(은행계좌 보유 인구 비중)은 평균 30% 수준이다. 95% 안팎인 한국과 비교할 때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줄잡아 인구 5억명 중 3억5000만명이 잠재적인 고객이다.
급성장하는 K뱅킹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룬 건 2년 전인 2014년부터다. 이전까지 국내 은행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 편승하는 전략을 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협력사가 나가는 곳에 함께 진출해 이들 기업을 상대로 대출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최근 해외 진출은 양과 질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12개 국내 은행(산업·수출입·외국계은행 제외)의 해외영업 점포는 2013년 말 252개에서 올해 4월 537개로 늘었다.
올 연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권 해외 영업점포도 110~120곳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209곳인 해외점포를 300곳으로 늘릴 예정이며, 신한은행도 베트남, 인도, 호주, 멕시코에 10개 영업점을 확충한다. 농협은 인도와 베트남 영업망을 확대하고 JB금융과 BNK금융 등 지방 금융회사도 인도, 베트남 진출에 나설 예정이다.
영업점포 등 외형만 늘어난 건 아니다. 현지화도 착착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3년 새 현지 고객 40만명을 확보했다.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장(부행장)은 “해외에 나가서 한국 기업, 동포만 상대해선 현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2금융사도 속속 해외 진출
카드, 보험, 캐피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해외 진출도 급증세다. 지난달 말 기준 보험, 카드, 캐피털사의 해외 영업 점포는 110개에 달한다. 2014년 말에 비해 20개 이상 늘었다. 지난해엔 신한카드가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의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OK저축은행으로 잘 알려진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폴란드 등으로 빠르게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곳에 답이 있다”고 했다.
급증하는 금융사의 해외 진출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제대로 된 현지화 전략과 시장조사 없이 경쟁사를 따라가는 식의 ‘미투(me too) 진출’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국내 금융사들이 똑같은 시장에 똑같은 전략으로 진출하다간 국내에서처럼 과당경쟁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태명/김일규/윤희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