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에 1만명 모은 윤석금 "화장품으로 웅진그룹 재건"
웅진그룹이 ‘릴리에뜨’란 새로운 브랜드로 화장품 사업에 나섰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이 직접 구상한 ‘온라인 방문판매’ 방식을 통해서다. 지난 2일 첫 판매 이후 열흘 만에 1만명 가까운 회원을 끌어모았다. 윤 회장은 “정수기 판매에 렌털(대여) 방식을 처음 도입해 매출 2조원대 코웨이(옛 웅진코웨이)를 일궜듯이 온라인 방문판매로 화장품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소개하면 수수료 지급…페이팔 방식 도입

윤 회장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파느냐’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 수천여개 화장품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판매 방식에서 찾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판매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방문판매와 소형가전 렌털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윤 회장이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했다.

그 결과 나온 게 온라인 방문판매다. 도·소매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나, 제품을 구입할 사람을 소개해주면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기존 방문판매와 같다. 다른 점은 이 모든 게 온라인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열흘에 1만명 모은 윤석금 "화장품으로 웅진그룹 재건"
웅진은 릴리에뜨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5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릴리머니)를 준다. ‘릴리머니’는 화장품 구입 때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에이전트(판매자)로 등록한 사람에겐 판매수수료를 준다. 소비자가 제품 구입 시 ‘추천인’란에 에이전트 아이디를 입력하면 지급한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제품 홍보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이 초창기에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친구 한 명을 소개할 때마다 10달러씩 지급한 것을 본떴다.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릴리에뜨는 피부 개선 효과가 있는 의약품 원료를 쓴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진과 메가성형외과 의료진 등 의사들이 개발에 참여했다. 화장품 케이스 디자인은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이 맡았다.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 코스맥스가 제품을 생산한다.
열흘에 1만명 모은 윤석금 "화장품으로 웅진그룹 재건"
방문 판매 성공신화 다시 쓸까

화장품 온라인 방문판매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종료 뒤 윤 회장이 그룹 재건 작업으로 시도하는 두 번째 프로젝트다. 첫 번째는 교육출판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웅진씽크빅의 ‘북클럽’이었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 졸업 직후인 2014년 전집 사업에 북클럽이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도입해 그룹 ‘캐시카우’로 키워냈다. 북클럽의 차별화 포인트는 판매방식 혁신이었다. 월 3만~10만원에 수백만원짜리 전집을 태블릿PC로 마음껏 보게 한 게 적중했다. 출판산업에 정보통신기술(ICT)과 코웨이의 렌털 방식을 가미한 것이다.

윤 회장은 지난 1월 자본금 100억원의 웅진릴리에뜨를 세웠다. 그룹 지주사 웅진이 아니라 윤 회장이 지분 55.4%를 가진 최대주주다. 사업 성패에 대한 책임을 윤 회장이 직접 지겠다는 의미라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국내 사업이 안착하면 중국 등 해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화장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유통그룹 랑시는 웅진릴리에뜨 설립 때 지분 15%를 취득해 사업 파트너로 참여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