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시내 한국닛산 대리점에 전시된 캐시카이 차량. 환경부는 이날 캐시카이의 배출가스가 임의 조작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16일 서울 시내 한국닛산 대리점에 전시된 캐시카이 차량. 환경부는 이날 캐시카이의 배출가스가 임의 조작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한국닛산도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휩싸였다. 환경부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20개 차종을 조사한 결과, 한국닛산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양을 불법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특정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다. 캐시카이에 장착된 이 장치는 엔진 흡기온도가 35도 이상이 되자 작동을 멈췄다. 환경부는 닛산 측이 제어 방식을 조작했다고 결론 내렸다.

환경부는 한국닛산에 과징금 3억3000만원을 부과하고 판매된 814대에 리콜명령을 할 계획이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차량에는 판매정지명령을 내렸다.

"닛산 캐시카이, 저감장치 조작…배출가스 기준치의 최고 20배"

닛산 캐시카이도 배출가스 조작
환경부는 닛산의 캐시카이 경유차에 대해 “외부 온도가 20도인 조건에서 30분만 주행해도 엔진룸의 흡기 온도는 35도 이상으로 올라간다”며 “두 차례 자동차 전문가 회의를 연 결과 이 같은 제어 방식이 ‘임의 설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시험 때는 제대로 작동하고, 주행할 때는 기능이 떨어지도록 고의로 조작됐다는 것이다. 실내 인증시험은 20분만 하기 때문에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정상 작동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이번 시험에서 캐시카이 차량은 임의설정으로 이미 판정받은 폭스바겐 티구안과 비슷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을 과다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모드 반복시험(4회), 엔진에 과부하를 주는 에어컨 가동 조건시험, 속도 변화가 심한 휘발유차 모드시험뿐 아니라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닛산 측은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다”며 “당사가 제조하는 어떠한 차량에도 불법적인 조작 및 임의설정 장치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닛산 측은 고무 재질인 흡기파이프가 고열에 약해 온도 35도 이상에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를 중단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환경부는 한국닛산 측이 원가 절감을 위해 쇠 대신 고무로 흡기파이프를 만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의설정 혐의를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견해다.

환경부는 한국닛산의 의견을 들은 뒤 이달 안에 과징금 부과와 리콜명령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또 기쿠치 다케히코 한국닛산 사장을 제작차 배출허용 기준 위반과 제작차 인증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 환경부 조사에서 대상이 된 경유차 20종 가운데 19종은 주행과정에서 실내인증 기준을 초과하는 배기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캐시카이 차량은 실내인증 기준의 20.8배, 르노삼성의 QM3는 17.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BMW 520d 1종만 실내인증 기준 이내였다.

실내외 배출가스 차이가 20.8배인 닛산 캐시카이는 배출가스 불법 조작으로 밝혀졌지만 17.0배인 르노삼성 QM3는 임의 설정으로 보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환경부 관계자는 “캐시카이의 경우 흡기온도가 35도가 넘어가면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꺼지게 설계됐다”며 “하지만 QM3는 실도로 조건에서는 배출가스가 많이 나왔지만 실내인증 모드에서는 평균 수준으로 배출됐기 때문에 임의 설정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런 판단과 별개로 경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는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이번 파문으로 한국닛산을 포함한 일본 수입차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닛산은 올 1~4월 1816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 2.46%로 수입차 10위권 수준이다.

과징금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판매 대수(814대)×부가가치세를 제외한 대당 판매가액(2726만원)×1.5%’의 계산공식을 적용해 한국닛산에 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 자동차 전문가는 “조작된 차량을 판매해 대기질 악화에 큰 원인을 제공한 제작사”라며 “1.5%의 요율을 적용한 과징금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