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디자인도 맡겨
정의선 부회장 '디자인 경영'
슈라이어·동커볼케 등 이어
세계 유명 車 디자이너 '싹쓸이'
◆‘범블비’ 스타가 제네시스 디자인
현대차그룹은 벤틀리 외장과 선행디자인 총괄을 맡았던 이씨를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담당 상무로 영입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이 상무는 다음달 현대차그룹에 합류한다.
이 상무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홍익대 조소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트센터디자인대 자동차디자인학과를 나왔다. 이후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인회사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와 독일 포르쉐 디자인센터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9년 미국 GM에 입사해 가장 미국적인 차량으로 불리는 ‘머슬카’(근육질의 힘센 스포츠카) 대표 모델인 쉐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하며 주목받았다. 카마로는 영화 트랜스포머에 범블비로 출연했다. 이 상무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계기다. 그는 GM에서 2009년까지 근무한 뒤 2010년 폭스바겐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폭스바겐 아우디 스코다 포르쉐 등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의 선행 디자인을 했다. 2012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초고가 브랜드 벤틀리의 외장 및 선행디자인 총괄을 맡았다.
이 상무 영입 과정엔 정 부회장과 벤틀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무와 동커볼케 전무는 벤틀리 플라잉스퍼, 컨티넨탈GT, 벤테이가 등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다.
◆스타 디자이너 ‘싹쓸이’ 나서
이 상무는 앞으로 동커볼케 전무와 함께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전략 및 방향을 수립할 예정이다. 두 브랜드에 속한 모든 차의 내·외장 디자인과 색상, 소재 등의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무는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과 성장은 신선한 자극이자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현대차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이 상무는 럭셔리카와 스포츠카 디자이너 중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 왔다”며 “이번 영입을 계기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가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 동커볼케 전무에 이어 이 상무를 영입하면서 제네시스 안착을 위해 스타 자동차 디자이너 싹쓸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후 벤틀리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동커볼케를 영입해 현대디자인센터장 자리를 맡겼다. 2006년 폭스바겐에서 디자인을 총괄했던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총괄, 크리스 뱅글 전 BMW 총괄디자이너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힌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