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애플의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소에 지난 3월말 기준 애플의 주식을 981만1747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해당 주식의 가치가 10억6938만2000달러로 표기돼 있다. 정확한 매입 시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9억~10억달러(약 1조500억~1조1700억원) 사이에서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 주가는 지난 4월중순 이후 19%나 떨어졌다.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지난 분기 매출액이 13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데다 지난달 28일에는 칼 아이칸이 애플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밝히는 등 악재가 많았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대만 반도체 회사 TSMC가 아이폰 수요 감소로 올 하반기 관련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버핏의 주식매입이라는 새로운 호재가 등장하면서 애플 주식은 개장 전 주식시장에서 주당 92달러 이상으로 2% 이상 급등하며 상승세를 예고했다.

애플은 최근 구글에 추월당했지만 오랫동안 세계에서 제일 시가총액이 높은 회사였다. 그러나 버핏은 애플 주식 매입에 부정적이었다. 버핏은 2012년 왜 IBM에는 투자하면서 애플엔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IBM이 잘못될 가능성이 구글이나 애플이 잘못될 가능성보다 더 적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애플 주식 매입은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회사에 대한 그의 보수적인 태도가 변했음을 암시한다. 그는 최근 매물로 나온 야후의 핵심 사업부 입찰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 아이폰7이 출시되면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컬빈더 가르차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생산량이 1년새 20% 감소한 것은 분명히 실망스럽지만, 내년에는 매출이 12% 늘어날 것”이라며 “이때까지 주가가 현재보다 6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