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부 장관의 호소 "호봉제가 결국 중·장년 일자리 불안하게 하고 청년 직접고용도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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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가는 노동개혁
2010년 일부 행정업무의 외주화를 놓고 노사 간 갈등을 빚던 모 병원장에게 청년들을 위해 직접 고용을 유지할 것을 권고한 적이 있다.
당시 병원장은 “직접 고용하면 호봉제 때문에 4~5년 뒤 경쟁 병원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결국 해당 업무에 대해 도급을 줬다.
지난해 만난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55세가 넘은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희망퇴직할 테니 대신 자녀들을 취업시켜 달라’는 고용 세습 제의를 받았는데 인건비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의 지배적인 임금체계인 연공급제(호봉급)가 근로자들에게 유리하지 않고 청년 직접 채용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리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까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5% 안팎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1987년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 중심의 임금 인상 투쟁,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하도급·협력업체를 활용한 수직 계열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연공급 임금체계는 기업 규모 간 격차뿐 아니라 근로자들 간 격차도 확대시키고 있다. 연공급의 폐해는 심각하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중·장년 근로자들은 조기 퇴직 압박을 받는다. 기업은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를 꺼리고 비정규직 또는 외주·하도급에 의존하게 돼 고용구조는 악화된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개인도급화(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확산 등으로 노동시장이 피폐해질 것이다. 노사단체도 더 이상 연공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인식해 지난 십수년간 수차례에 걸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한다는 데 합의했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근로자를 ‘생산 요소’가 아닌 ‘인적 자원’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인적 자원, 즉 사람은 물적 자원과 달리 창의 열정 능력개발 동기부여 팀워크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인적 자원의 특성은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인적 자원의 특성이 최고로 발현되도록 하는 촉매 기능을 한다. 이때 임금은 단순한 생산비용이 아니라 인적 자원의 역량 강화와 성과 제고를 위한 투자가 된다.
향후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고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금체계 개편으로 대응해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공정성이 높아지면 격차 완화는 물론 상생 고용이 가능해진다. 노사의 경쟁력 강화는 경영 성과로 이어져 나눌 ‘파이’가 커지고 중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높아진다.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청년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연공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공공기업과 금융회사, 대기업 정규직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 아들딸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다. 노조와 근로자들은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구체적 실행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도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주면서 근로자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일단 노사가 가슴을 터놓고 논의를 시작한다면 근로자는 물론 우리 아들딸들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당시 병원장은 “직접 고용하면 호봉제 때문에 4~5년 뒤 경쟁 병원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결국 해당 업무에 대해 도급을 줬다.
지난해 만난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55세가 넘은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희망퇴직할 테니 대신 자녀들을 취업시켜 달라’는 고용 세습 제의를 받았는데 인건비를 생각하면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한국의 지배적인 임금체계인 연공급제(호봉급)가 근로자들에게 유리하지 않고 청년 직접 채용을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우리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까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5% 안팎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다. 1987년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 중심의 임금 인상 투쟁,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하도급·협력업체를 활용한 수직 계열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연공급 임금체계는 기업 규모 간 격차뿐 아니라 근로자들 간 격차도 확대시키고 있다. 연공급의 폐해는 심각하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중·장년 근로자들은 조기 퇴직 압박을 받는다. 기업은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를 꺼리고 비정규직 또는 외주·하도급에 의존하게 돼 고용구조는 악화된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개인도급화(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확산 등으로 노동시장이 피폐해질 것이다. 노사단체도 더 이상 연공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인식해 지난 십수년간 수차례에 걸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한다는 데 합의했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근로자를 ‘생산 요소’가 아닌 ‘인적 자원’으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인적 자원, 즉 사람은 물적 자원과 달리 창의 열정 능력개발 동기부여 팀워크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인적 자원의 특성은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다.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인적 자원의 특성이 최고로 발현되도록 하는 촉매 기능을 한다. 이때 임금은 단순한 생산비용이 아니라 인적 자원의 역량 강화와 성과 제고를 위한 투자가 된다.
향후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고용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금체계 개편으로 대응해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공정성이 높아지면 격차 완화는 물론 상생 고용이 가능해진다. 노사의 경쟁력 강화는 경영 성과로 이어져 나눌 ‘파이’가 커지고 중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임금 수준도 높아진다.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서 청년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연공급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공공기업과 금융회사, 대기업 정규직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 아들딸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이다. 노조와 근로자들은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면서 구체적 실행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도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주면서 근로자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일단 노사가 가슴을 터놓고 논의를 시작한다면 근로자는 물론 우리 아들딸들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