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환율 효과'로 수익성 개선…매출은 제자리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수익성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효과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상장사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하는 ‘불황형 흑자’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실적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작년 1분기와 비교 가능한 519개사의 영업이익은 총 30조2164억원, 순이익은 22조840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3조6970억원(13.94%), 순이익은 22조8409억원(19.41%) 늘었다.

‘외형’은 1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올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4% 늘어난 401조7340억원이었다.

상장사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고환율(원화 약세) 덕에 주요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생산원가가 절감된 점도 힘을 보탰다.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 기계, 운수장비, 화학 등 주요 수출 관련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았다. 동부제철 SK케미칼 풍산 SK가스 등이 영업이익 증가율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대표 수출주인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SK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은 흑자전환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매출은 0.48%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14.61%, 순이익은 2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수익성 개선 폭이 더욱 컸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같이 증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업이익이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환율 효과가 큰 것으로 보이는 만큼 2분기 이후로도 이익 개선 추세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올 들어 흑자를 낸 곳은 80.35%, 적자에 머문 곳은 19.65%로 나타났다.

올 1분기 가장 좋은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업종은 금융업이었다. 금융업 49개사의 영업이익은 6조57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7% 증가했다. 순이익도 5조5985억원으로 24.05% 늘었다. 증권업은 영업이익이 1조11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8% 늘었지만 순이익은 5610억원으로 28.11% 감소했다. 임홍택 거래소 공시부 팀장은 “1분기 홍콩H지수 급락으로 증권사들이 대규모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손실을 보면서 증권사 순이익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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