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골프장경영협회 회장 "골프장 중과세 풀어야 해외로 가는 골퍼 붙잡죠"
“매년 180만명이 해외 골프 관광으로 3조6000억원쯤 씁니다.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할 수 있는 돈이에요. 이 아까운 국부 유출을 눈뜨고 본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박정호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회장(68·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선 자본잠식 골프장이 속출하는 등 골프장 업계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데 해외 골프 관광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해외로 나가는 골퍼를 국내로 돌아오게 하려면 그린피의 국제 경쟁력에 걸림돌인 골프장 중과세 등의 규제를 꼭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임기 3년의 회장에 재선임됐다. 골프장경영협회는 전국 275개 골프장이 모여 결성한 국내 최대 골프장 단체다. 박 회장은 2005년 경기 가평군의 프리스틴밸리 대주주로 골프장 업계에 발을 디뎠다.

골프장 업계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에 서 있다. 전국 골프장의 절반(49.8%)가량이 적자다. 경영 악화로 60여개 골프장이 매물로 나와 있다. “과잉투자와 고금리 금융권 차입 등 업계 내부 요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골프장을 더 힘들게 하는 건 골프산업 육성을 부르짖으면서도 불합리한 세제를 방치하는 정부의 이중적 태도입니다.”

스포츠·레저 분야 가운데 골프에만 적용하는 중과세가 대표적이다. 개별소비세(2만1120원)가 사행산업인 카지노의 3배, 경마장의 16배, 경륜장의 37배다. 매출의 30%를 세금으로 내다가 문을 닫는 골프장이 속출하는 게 국내 현실이다. 골프장은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 관광시설이나 귀농단지 등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골프를 ‘세금 낳는 황금거위’로 인식한 1970년대의 ‘사치세’를 40년 넘게 방치한 결과입니다. 골프 인구가 500만명이 넘고, 연간 3300만명이 골프장을 찾는 지금과는 동떨어진 규제입니다.”

박 회장은 “국내 회원제 골프장의 그린피에는 7만~8만원의 세금이 들어 있다”며 “이 세금을 빼면 골프장 이용료가 반값 수준으로 떨어져 골프 대중화는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 골프장과 가격 경쟁도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세수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골프산업이 살아나 골프장과 국가가 함께 이익을 보는 상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 골프금지 해제 발언을 반기고 있다. 골프를 내수 진작과 연결된 미래산업으로 보는 변화의 출발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골프장 땅의 20%를 묶어놓은 게 원형보전지입니다. 쓰지도 못하는 그 땅에 다시 중과세를 매기는 곳도 정부고요. 세수에 집착하다 보니 상식을 넘어선 ‘괴물 규제’가 나온 겁니다.”

협회에선 세금 감면이나 세율 조정 등으로 얻는 경영 개선 효과 대부분을 골프장 이용료 인하에 반영해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돌릴 방침이다. 아시아 국가들의 골프산업 육성 경쟁은 이미 달아올랐다. 중국은 영업세를 50% 감면해줬고 일본도 세금을 한국의 10% 선으로 내렸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더 큰 국부 창출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