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새 출발을 다짐하며 의욕적으로 출항한 정진석호(號)가 당의 고질병인 계파 갈등으로 2주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친박(친박근혜)의 지원과 반기에 울고 웃은 2주였다.

새누리당 출범 이후 첫 원외 당선자 신분으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정 원내대표의 출발은 비교적 순탄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당선되면서 ‘순항’을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 지도부 회동까지 성사되면서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하지만 당 쇄신 방향이 일반 당무 및 차기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쇄신을 위한 혁신위원회의 투트랙으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비대위를 친박계가 차지한 채 실권 없는 혁신위를 내세워 ‘면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자 정 원내대표는 당헌을 개정해 혁신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당 쇄신 활동과 관련한 사실상의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대위원 명단에 비박계 의원과 당선자를 대거 포함시키면서 이번에는 친박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비박계 가운데서도 반박(反박근혜)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자 친박계에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결국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이 폭발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새누리당은 막장을 선택했다”며 “이럴 바에야 완전히 폭삭 망해서 새 출발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