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수 1등급 우유'에는 세균이 많을까 적을까?
주부 박모씨는 최근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사려다 내려놓았다. 우유팩에 쓰인 ‘세균수 1등급 우유’라는 광고문구 때문이었다. 세균이 많다는 말인지, 적다는 말인지 혼란스러웠다. 그 옆에 쓰여있는 ‘체세포수 1등급 우유’라는 문구도 뭔가 께름칙했다.

‘세균수 1등급 우유’ . 요즘 국내 우유회사들이 이른바 ‘세균·체세포 마케팅’을 쏟아내면서 난해한 문구에 소비자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세균’과 ‘1등급’이 만나면서 오히려 ‘세균이 많은 우유’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세균수 1등급, 체세포 1등급은 세균과 체세포가 가장 적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을 통해 원유 위생 등급 기준을 정하고 있다. 원유 1mL당 세균수에 따라 총 5등급으로 구분된다. 무작위로 검출한 원유 1mℓ에서 세균수가 3만개 미만으로 나오면 ‘가장 깨끗하다’고 평가받는 ‘1급A’ 등급을 받는다. 이어 10만개 미만(1급B), 25만개 미만은 2급, 50만개 미만은 3급, 50만개 초과는 4급으로 구분한다. 세균수 1등급은 이 ‘1급A’를 받은 원유를 뜻한다. 실제 시판되는 우유 중 2급 이하 원유 제품은 없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 가공유나 치즈를 만들때 사용한다.
'세균수 1등급 우유'에는 세균이 많을까 적을까?
‘체세포 1등급 우유’도 마찬가지다. 원유 1mL당 체세포수가 20만개 미만이어야 1급을 받을 수 있다. 이어 35만개 미만은 2급, 50만개 미만은 3급, 75만개 미만은 4급, 75만개 초과는 5급으로 정해놨다. 체세포는 보통 소 젖을 짜는 과정에서 원유에 들어가는 괴사조직이다. 나이가 많거나 몸 상태가 건강하지 않은 젖소일수록 조직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우유업체들의 설명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보통 건강하지 않은 젖소에서 나온 원유에서 체세포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된다“며 ”세균수 1등급, 체세포수 1등급이 질이 좋다“라고 말했다.

위생등급별로 원유가격 역시 다르게 책정된다. 우유제조업체들이 농가에서 사오는 원유는 1L 당 940원으로 고정돼 있다. 매해 7월 정부-낙농진흥회-우유업체들이 모여서 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농가에서 세균수 1등급(52.53원), 체세포수 1등급(52.59원) 기준에 맞춘 원유를 생산하면 940원에 추가로 1ㅣ 당 105.12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