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71)가 그린 작품이 ‘대작(代作)’ 의혹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예인 화가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연예계에는 조씨처럼 그림에 대한 ‘끼’를 살려 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타가 많다. 영화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최백호 나훈아 강원래 남궁옥분 이준익(영화감독) 김해경 최수지 강석우 최민수 김혜수 구혜선 심은하 이병진 등 30여명은 미술 분야의 실력파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리나 최수지 등은 아예 미술 쪽으로 진로를 바꿔 인생 이모작의 길을 걷고 있다. 일부는 기성작가 못지않은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연예인으로서 인지도에 편승해 그림을 그리고 쉽게 판매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기보다 그림…끼 살려 화가 된 연예인들
◆하정우 그림 1400만원에 낙찰

스타들은 가수와 연기자 생활을 하며 틈틈이 미술가로서 입지를 확보하고 인정받기 위해 자신만의 예술혼을 화면에 쏟아내고 있다. 2003년부터 꾸준히 미술 활동을 시작한 영화배우 하정우는 자신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한 이미지와 심리상태를 담은 회화 작업으로 화단에서도 꽤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전을 열어 기량을 과시한 그는 액션 배우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반영하듯 인물 표정의 희로애락을 드로잉처럼 묘사해 왔다. 지난 3월 미술품 경매회사 아이옥션의 메이저 경매에서 그의 작품 ‘킵 사일런스(Keep Silence)’가 1400만원에 낙찰돼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탤런트 구혜선도 대표적인 연예인 아티스트다. 자작 소설 《탱고》의 삽화도 직접 그렸고, 가수 거미의 앨범 재킷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2009년 서울 인사동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3년엔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서 초청 전시를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삼청동 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어 그림 판매수익금 전액을 백혈병 환자들에게 기부했다.

‘밴디트’ ‘대장금’ ‘헤드윅’ ‘광화문연가’ 등 인기 뮤지컬의 주연으로 열연한 30대 가수 리사는 화려한 원색을 사용한 색면 추상화부터 사실적인 악기 그림, 필선이 돋보인 인물 스케치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리사는 2005년 ‘삼청미술제’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트위터에 강아지 피파를 그려 그림 실력을 뽐낸 여배우 김민서를 비롯해 최민수 김혜수 심은하 등은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 장애를 딛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 강원래와 ‘담다디’의 이상은, 코요테의 빽가(본명 백성현), 개그맨 이병진, 최백호, 강석우, 감우성, 이현우, 김정은, 류시원, 권상우, 유준상 등도 연예활동 틈틈이 사진, 그림을 그리며 작품전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값은 호당 5만~30만원

연예인들의 작품가격은 얼마나 할까. 연예인 화가의 그림값은 비교적 저렴한 호당 5만~3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를 위해 연예인 화가의 작품을 사는 사람은 드물다. 해당 연예인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그림값이 유지된다고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예인 화가의 작품은 개인전 말고도 자선 경매 같은 비영리 행사를 통해 많이 소개되고 팔린다.

미술 비평가 정준모 씨는 “작품으로 명성을 쌓아야 하는 일반 작가와 달리 연예인 출신 작가는 이름이 알려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데다 사회적으로 네트워크가 잘 갖춰져 있어 자신의 그림을 알리기에 매우 유리하다”며 “연예인들의 작품이 얼마만큼의 가치와 작품성을 담고 있는지는 계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