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민, '무용계 아카데미상' 받았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발레리노 김기민(24)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 무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남자 무용수가 이 상을 받는 것은 김기민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선 2006년 중국의 왕디에 이어 두 번째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2016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 무용수’로 김기민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김기민은 지난해 12월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객원 무용수로 초청돼 공연한 루돌프 누예레프 버전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으로 상을 받았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마린스키 발레단, 뉴욕 시티 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후보 다섯 명을 제쳤다. 그는 지난해 6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가 올린 나탈리아 마카로바 버전의 ‘라 바야데르’에서도 객원 무용수로 솔로르 역을 맡았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무용 평론가 앨러스터 매컬리는 김기민의 춤에 대해 “센세이션의 연속이었다”며 “우아하게 움직이는 무용수로 점프와 회전 기량은 놀라울 정도”라고 평했다.

세계적인 권위가 있는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해 1992년부터 매년 수여해온 상이다. 한 해 동안 세계 각국 정상급 단체들이 공연한 작품이 심사 대상이다. 최고 무용수로 뽑히려면 심사위원 과반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실비 길렘, 줄리 켄트, 이렉 무하메도프 등 세계적인 발레스타들이 이 상을 받았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1999년, 김주원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가 2006년에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김기민은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한국예술종합합교 무용원에 입학한 발레 영재 출신이다. 만 16세이던 2009년 12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지크프리트 왕자 역을 맡아 최연소 주역으로 활동했다. 2011년 동양인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했다. 입단 3년여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해 활동 중이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브누아 드 라 당스는 후보에만 이름을 올려도 영광으로 여겨지는데 나이 어린 무용수가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도 “너무나 기쁘고 축하할 일”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한국의 발레리노들이 세계에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