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동기 유발시키려면 어떤 일을 위임할지 결정하고
정한 원칙과 기준 알려줘야
중요도·긴급성 기준으로 업무를 4개 영역으로 나누고
미래 먹거리·인력 개발 등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에 꾸준히 관심 가져야
첫째 조직원이 해야할 업무를 정해줘야 한다. 둘째 코칭과 피드백을 통해 위임받은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업무를 위임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다 국내 중견 기업의 전략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K씨의 사례를 보자.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회사의 재도약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었다. K부사장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회사의 모든 결정이 사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었다. 직원들은 사소한 일까지 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사장 자신도 이러한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모든 것을 챙기는 습관이 창업 초기부터 몸에 배어 방식을 바꾸지 못했다. 사소한 것까지 챙기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아서다. K부사장은 사장에게 일정 기간 사장이 하는 모든 일을 적어달라고 요구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난 뒤 K부사장은 사장에게 무엇을 적었는지 물었지만, 사장은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장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는지 모른 채 관습적으로 일을 해왔던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사장부터 실무자까지 관례처럼 일을 하던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효과적인 권한 위임을 위해서는 우선 어떤 일을 누구에게 위임할 지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그 일을 위임받을 사람에게 리더가 정한 원칙과 기준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해서다. 위임할 업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특성상 중요도와 긴급성이라는 기준으로 각각의 일을 나눠야 한다. 어떤 일이 중요하고 어떤 일이 긴급한가의 기준은 조직의 특성과 리더의 가치관 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은 리더의 몫이다.
중요도와 긴급성을 기준으로 하면 업무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이다. 중요하고 긴급한 일은 리더가 지시를 통해 챙겨야 한다. 조직의 비전, 전략, 투자결정, 인사 관련 결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요하지도 긴급하지도 않은 일은 어떻게 없애야 할 지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다. 직원들의 근태 상황 점검, 단순 정보전달을 위한 회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은 반드시 위임하되, 책임자를 정하고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이해시켜줘야 한다. 부서별 업무와 일정 금액 이하의 비용에 대한 결제 등이다.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은 리더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인력 개발, 프로세스 개선 등이다. 이 부분은 위임하되 리더가 꾸준히 챙겨야 한다.
위임할 일들을 정한 뒤에 리더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조직학의 대가 크리스 아지리스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네 가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동기유발을 통해 맡긴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알려줘야 한다. 둘째 방향성을 정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큰 그림 속에서 이 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도 설명해줘야 한다. 셋째 가용자원을 알려줘야 한다. 위임 받은 사람이 어떤 자원과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지, 필요할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정한 때에효과적인 피드백을 통해 위임 받은 사람의 길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다만 이 경우 피드백이 참견이나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네 가지를 지키면 위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이 일에 대한 자율의식을 가지면서 위임자 및 조직과 연결돼 있는 유대감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위임받은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자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조직의 생존, 성장, 발전을 갈망하는 리더라면 권한 위임을 통해 더 크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정영학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