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협상의 연속이다. 정치·경제 등 굵직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만 협상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협상 테이블은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영역에서 마련된다. 물건을 사면서 가격을 흥정하는 가정주부도, 자신의 가치를 연봉으로 정해야 하는 직장인도 협상의 무대에 선다. 이때마다 당신은 이기는 협상을 해왔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버드 협상 수업》과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는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책마을] 협상 실패 막는 제1원칙…"자기 패를 먼저 보이지 마라"
《하버드 협상 수업》은 130개 사례분석을 통해 협상의 전략을 알려준다. 이 중 비틀스의 사례는 우리가 협상 테이블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1964년 비틀스의 음악을 다룬 영화 ‘하드 데이즈 나이트’ 제작을 추진할 때였다. 미국예술가연맹은 비틀스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을 만났다. 연맹은 비틀스 측에 2만5000달러의 출연료와 수익의 25% 정도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상의 고수인 연맹 측 대표는 이를 숨긴 채 엡스타인에게 원하는 바를 먼저 얘기하라고 했다. 업계 상황을 잘 모르던 엡스타인은 말했다. “수익의 7.5%를 달라. 단 한 푼도 깎을 수 없다.” 계약은 곧바로 체결됐다. 수익의 25%를 받을 수 있었던 비틀스는 수백만달러의 손해를 봤다. 저자는 “상대가 먼저 가격을 제시하기 전까지 자신의 패를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신의 모든 요구 사항을 한번에 쏟아내지 않으며, 사소한 말과 행동조차 가볍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마을] 협상 실패 막는 제1원칙…"자기 패를 먼저 보이지 마라"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를 쓴 로렌스 서스킨드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협상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로스쿨 부학과장이다. 서스킨드는 “협상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전에 ‘파이’를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이를 키우려면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협상이 이뤄졌을 때 서로가 얻는 성과를 잘 생각해보고,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수록 각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어난다”고 강조한다.

패키지 거래를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에게 만족스럽고, 당신에겐 더욱 만족스러울 패키지를 준비하는 것이다. ‘만약에…’라는 식의 제안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며 이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저자는 “조건부 협약은 당신이 얻을 수 있는 몫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