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랠리가 끌어올린 물가…디플레 탈출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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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40달러 넘어서며 4월 생산자물가 0.2% 올라
11개월 만에 반전
소비자 물가도 상승압력…정부, 통화완화정책 부담
11개월 만에 반전
소비자 물가도 상승압력…정부, 통화완화정책 부담
지난달 생산자 물가가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슬금슬금 오른 국제 유가의 영향이다. 생산자물가는 국민이 체감하는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지표다. 오랜 저물가의 탈출 신호가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완화정책을 쓰려는 정부로선 걱정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경기의 전환점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물가에 쏠리는 시선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치)는 98.60으로 전월(98.42)보다 0.2%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하락 또는 보합세였다.
공산품 가격이 0.2% 올라 전월(0.3%)의 상승세를 두 달째 이어갔다. 상승폭은 미미하지만 오랫동안 내림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 가운데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은 2.2% 올랐다. 1월(-10.6%)과 2월(-3.2%) 마이너스였다가 3월(5.0%) 큰 폭의 오름세로 전환했다.
국제유가 영향이 컸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물은 지난 17일 48.31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이 저유가를 못 버티고 잇따라 파산하는 등 공급 요인이 컸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에 공급하는 상품,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보여준다. 도매 가격이 오르면 소매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는 만큼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1.0%에 그쳤다. 오랜 저물가는 디플레(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로 이어졌다.
○물가상승은 양날의 칼
이 가운데 물가가 미미하게나마 움직이자 디플레 탈출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승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원유뿐 아니라 철강 가격도 공급과잉 우려가 해소되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잉투자를 조정하고 있어 실물경제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 소매판매가 7년여 만에 4.2% 급등하는 등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물가 상승이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고용이나 소득 등 다른 지표는 부진한데 물가만 오르면 국민의 고통이 커진다. 지난달 신선식품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9.6% 급등했다. 기상이변인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곡물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에도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강효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국에선 지난달 물가가 2.3% 오르는 등 경기회복 기대가 나온다”며 “다만 구조조정 정책을 쓰려는 정부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구조조정 지원, 대규모 실업에 대응하는 카드로 재정 확대, 금리인하 등이 꼽힌다. 완화 정책은 자칫 인플레 압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어 물가상승기엔 조심스럽다.
○“수요부터 살아나야”
실물경제의 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생산자물가지수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원자재가격이 상승했을 때 올라가는데 이번엔 후자”라며 “유가 상승세 덕을 본 경우이므로 경기 회복세 신호탄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유가 움직임에 따라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전반적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논하려면 공급보다는 수요 쪽에서 회복 조짐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도 변수다. 사우디 등이 원유 증산을 언급하는 등 공급 차질이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 실장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초반까지 가면서 하반기에도 생산자 물가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유효 수요가 뒤받쳐주기보다는 유가가 워낙 낮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1.4%, 내년 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치)는 98.60으로 전월(98.42)보다 0.2%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하락 또는 보합세였다.
공산품 가격이 0.2% 올라 전월(0.3%)의 상승세를 두 달째 이어갔다. 상승폭은 미미하지만 오랫동안 내림세였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이 가운데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은 2.2% 올랐다. 1월(-10.6%)과 2월(-3.2%) 마이너스였다가 3월(5.0%) 큰 폭의 오름세로 전환했다.
국제유가 영향이 컸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물은 지난 17일 48.31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이 저유가를 못 버티고 잇따라 파산하는 등 공급 요인이 컸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에 공급하는 상품,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보여준다. 도매 가격이 오르면 소매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는 만큼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1.0%에 그쳤다. 오랜 저물가는 디플레(지속적인 물가 하락) 우려로 이어졌다.
○물가상승은 양날의 칼
이 가운데 물가가 미미하게나마 움직이자 디플레 탈출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승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원유뿐 아니라 철강 가격도 공급과잉 우려가 해소되면서 오름세를 타고 있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잉투자를 조정하고 있어 실물경제가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 소매판매가 7년여 만에 4.2% 급등하는 등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물가 상승이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고용이나 소득 등 다른 지표는 부진한데 물가만 오르면 국민의 고통이 커진다. 지난달 신선식품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9.6% 급등했다. 기상이변인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곡물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에도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강효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국에선 지난달 물가가 2.3% 오르는 등 경기회복 기대가 나온다”며 “다만 구조조정 정책을 쓰려는 정부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구조조정 지원, 대규모 실업에 대응하는 카드로 재정 확대, 금리인하 등이 꼽힌다. 완화 정책은 자칫 인플레 압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어 물가상승기엔 조심스럽다.
○“수요부터 살아나야”
실물경제의 전환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생산자물가지수는 수요가 증가하거나 원자재가격이 상승했을 때 올라가는데 이번엔 후자”라며 “유가 상승세 덕을 본 경우이므로 경기 회복세 신호탄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유가 움직임에 따라 회복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전반적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논하려면 공급보다는 수요 쪽에서 회복 조짐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도 변수다. 사우디 등이 원유 증산을 언급하는 등 공급 차질이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 실장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초반까지 가면서 하반기에도 생산자 물가는 소폭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유효 수요가 뒤받쳐주기보다는 유가가 워낙 낮았던 데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1.4%, 내년 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