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오토옥션의 경남 양산 중고차 경매장에서 매매상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현대글로비스오토옥션의 경남 양산 중고차 경매장에서 매매상들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대기업이 운영하는 중고 자동차 경매가 대표적인 ‘레몬 마켓(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시장)’으로 불리는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대기업이 품질을 점검하고 중고차 매매상들이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매입한 중고차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서 품질과 가격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차 거래에서 경매 비중 상승

현대글로비스오토옥션, 롯데렌탈오토옥션, AJ셀카옥션, SK엔카옥션 등 전국 4대 중고차 경매장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이들 경매장을 통해 거래된 중고차는 총 4만7000여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중고차 매매상 거래 규모인 56만7000여건에서 경매가 차지하는 비중(유통 분담률)은 8.3%로, 전년 동기 7.7%에 비해 0.6%포인트 높아졌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신차 출시가 몰리는 하반기에 중고차 거래가 활발해지기 때문에 연말로 갈수록 중고차 경매량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중고차 거래 건수는 2011년 323만여대에서 지난해 366만여대로 4년 만에 10.3% 커졌다. 이 가운데 중고차 매매상이 중개하지 않고 개인끼리 직접 거래하는 당사자 매매는 같은 기간 138만여대에서 132만여대로 4.3% 줄었다. 반면 중고차 매매상 거래(업자매매)는 186만여대에서 226만여대로 21.1% 늘었다.

중고차 시장 규모 성장의 대부분이 중고차 매매상을 통한 거래다. 경매를 통한 거래는 2011년 10만6000여대에서 지난해 18만4000대여로 73.6% 늘었다. 경매의 유통 분담률도 5.7%에서 8.7%까지 올라갔다.
○대기업 인증한 중고차가 신뢰 높여

중고차 매매상을 통한 거래는 일반적으로 매도자가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매매상에 차를 넘기고, 매매상은 매매단지를 찾아온 매수자를 연결해 성사된다. 경매는 이 가운데 매도자와 매매상 사이 단계에 추가된다.

매도자가 경매업체에 출품한 차량을 중고차 매매상이 경매에 참여해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사들인 다음 최종 매수자에게 파는 구조다. 최종 거래 단계인 중고차 소매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경매에 참여할 수 없다.

경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은 중고차 출품 단계부터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 현대글로비스와 AJ셀카는 매도자가 전화만 하면 전문 차량평가사가 집까지 찾아가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예상가를 산출한 다음 경매장으로 가져가는 매입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경매업체들은 렌터카로 쓰이던 차량을 경매에 출품하기도 한다. 롯데렌터카와 AJ렌터카, SK렌터카 등 대형 렌터카업체는 직접 운영하는 경매장이나 계열사 경매장을 통해 연한이 다 된 렌터카를 처분한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법인 장기 렌터카로 쓰였던 차량은 관리 상태가 좋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경매업체들은 확보한 중고차를 경매에 출품하기 전에 엔진 상태부터 내장 부품까지 40여개 항목을 점검해 품질 검사서를 첨부한다. 필요한 부분은 수리해 상품성을 높이기도 한다. 경매에 참여한 중고차 매매상들은 미리 점검받은 차량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대당 10초 안팎의 빠른 속도로 입찰이 이뤄진다.

최고가를 제시한 매매상이 차량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경매장에 출품한 매도자들은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경매의 장점으로 꼽힌다. 매매상들은 경매장에 내는 수수료 등으로 마진이 낮아지지만 괜찮은 중고차를 다량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매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매수자는 경매업체가 차량을 점검해 작성한 품질검사서를 확인하고 살 수 있어 신뢰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중고차 매매단지에 가보면 ‘현대글로비스 경매장 상품’ ‘롯데렌탈 경매로 구매한 차’라는 문구가 붙은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