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는 지난해 실무자 면접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새로운 채용제도를 도입했다. 이색 경력자로 입사한 곽준호(왼쪽부터)·임건·하해지·김재웅 씨가 서울 명동 신한카드 사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신한카드는 지난해 실무자 면접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새로운 채용제도를 도입했다. 이색 경력자로 입사한 곽준호(왼쪽부터)·임건·하해지·김재웅 씨가 서울 명동 신한카드 사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축하해. 이젠 네 경기의 관중이 되는 대신 너한테 카드를 발급받아야겠네^^.”

지난해 11월 전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인 곽준호 씨(31) 휴대폰에는 친구들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했다. 25세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만 살던 곽씨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아이스하키 선수, 웹툰 작가, 레바논 파병군인, 미국 태권도 챔피언십 출전자. 이색 경력을 지닌 청년 네 명이 신한카드에 입사했다. 지난해 9~11월 치러진 공개채용을 통해서다.
[人사이드 人터뷰] "남다른 경력으로 입사…남들과는 다른 길 가겠다"
이야기를 가진 네 명의 신입사원

이들은 어떻게 취업준비생이 선망하는 금융회사에 입사했을까. 지난해 여름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인사팀에 ‘특명’을 내렸다. 과장·차장급 직원들이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해 ‘이야기와 열정을 지닌 신입사원’을 선발하라는 지시였다. 수백명의 지원자가 면접을 봤고 신한카드의 미래를 이끌 32명이 선발됐다.

젊은 실무자 중심의 면접을 했더니 합격자 중에는 이색 경력을 지닌 청년이 여러 명 포함됐다. 전직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부터 웹툰 작가, 남극 근무 경험자, 레바논 파병 경험자,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 미국 태권도 챔피언십 출전자, 전직 학생모델 등이 그들이다.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인 곽씨가 사내에서 단연 화제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재학 시절 아이스하키 세계주니어대회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한 곽씨는 2010년 10년 넘게 들었던 하키 채를 내려놓고 미국으로 떠났다. “경제학을 전공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자 한국에 돌아와 취직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국내 기업 신입사원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국을 결심했다. 금융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신한카드를 비롯해 세 곳에 지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를 택한 곳은 신한카드뿐이었다. 곽씨는 “새로운 사업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 임건 씨(26)는 대학생활 내내 죽어라 공부만 하는 게 싫었던 청년이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그는 2013년 과제 제출용으로 소위 말하는 ‘공감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미용사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거울을 보며 끙끙 앓은 일화, “자야지” 하면서도 새벽 4시까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며 밤을 새운 일화 등 대학생으로서 주변에서 소소하게 일어날 법한 상황을 웹툰으로 그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나도 이런 적이 있었다”는 공감 댓글이 줄을 이으면서 임씨의 만화는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웹툰 작가를 전업으로 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보다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임씨는 금융업에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한양대에서 국제학부에 다녔지만 금융 관련 수업을 듣지는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했다. 그러다 핀테크 관련 인재를 공개채용하는 신한카드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

서강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김재웅 씨(27)는 군 생활 중 일부를 레바논에서 보냈다. 장갑차 조종수이던 그는 위험지역을 순찰하거나 테러리스트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적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김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파병됐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다”며 “한국인으로서 큰 자긍심을 느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파병생활을 경험하고 난 뒤 세상에는 도전할 대상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취업 준비 대신 대학 재학 중에 반 년간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을 여행한 것도 그래서다. 김씨는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경험하는 데 대한 욕심이 많다”며 “신한카드에선 꿈을 펼칠 기회가 많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하해지 씨(27)도 취업 전까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많이 했다. 멕시코를 포함해 다양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초등학교 때부터 한 태권도로 미국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다. 하씨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해외사업에 적극적인 회사인 만큼 글로벌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키는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입사 뒤에도 도전 계속할 것

네 명의 신입사원은 취업 전의 이색 경력을 업무에 접목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곽씨는 “아이스하키 선수 경력을 바탕으로 스포츠산업 쪽에서 새 아이템을 발굴하고 싶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회사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포부라면 포부”라고 말했다.

임씨는 지금도 만화를 그려 사내 소식지에 싣고 있다. 카드업에 종사하는 신입사원의 일상을 주로 그린다. 앞으로는 직장인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웹툰을 온라인에 올릴 계획이다. 그는 “만화를 그리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공감하는지 많이 배웠다”며 “이렇게 배운 점을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해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파병 경험이 있는 김씨는 “일하는 과정에서나 퇴근한 뒤에나 언제나 새로운 것을 보고 도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며 “회사에서는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회사 밖에서는 DJ 등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씨는 태권도 국제심판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태권도와 봉사활동을 취업 뒤에도 이어가려고 한다”며 “태권도 국제심판처럼 새로운 분야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카드산업의 미래와 관련, 핀테크 등 신사업을 누가 선도하느냐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모바일 카드가 상용화되고, 모든 카드 할인 혜택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실시간 제공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자동차가 등장하면 미리 등록해놓은 카드로 자동차 이용요금이 자동이체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씨는 “금융과 IT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유연함과 창의성을 발휘해 신사업과 상품 개발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면접관과 소개팅하듯…자연스럽게 응답했죠"
이색경력 신입사원들의 '합격 Tip'

“자신만의 이야기를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해요. 한 번 실수하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만회할 방법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죠.”

이색 경력을 지닌 신한카드 신입사원들은 채용 면접시험 ‘합격 팁’으로 “긴장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해지 씨는 “소개팅하는 것처럼 면접관의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며 “가치관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면접 자체를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재웅 씨 역시 “형식적이고 가식적인 답변보다는 면접관에게 ‘나’를 잘 이해시키는 데 집중하면서 면접관과 대화를 나누려고 했다”고 했다.

과장·차장 등 실무자가 면접관일 때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건 씨는 “블라인드 면접이 확산되는 요즘 같은 채용시장에서는 면접에서 본인의 잠재력을 얼마나 잘 드러냈는지에 따라 채용 여부가 갈린다”며 “면접관의 연령대 등을 고려해 같은 현상이라도 그들의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을 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질문에 창의적으로 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원한 회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기본이다. 곽준호 씨는 “해당 회사의 주요 사업 분야와 향후 주력으로 삼을 사업을 숙지한 뒤 면접에서 조리 있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