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자원개발은 마치 20원만 주고 100원어치를 사오라는 ‘빵셔틀’식에 가까웠습니다.”(신현돈 인하대 교수)

자원개발 손 뗀다는 정부…성토장 된 공청회
20일 서울 역삼동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열린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안 용역결과 공청회’는 정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용역을 줘 만든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안을 제시했다. 개편안에는 석유공사의 자원개발기능을 민간에 넘기거나(1안)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안(2안),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하는 방안(3~4안) 등 4개의 대안이 제시됐지만 전문가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개편안이 장기적 관점에서 자원개발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공기업의 일부 기능을 떼었다 붙이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시나리오별로 예상되는 투자액 변화 등 분석이 빠져 있어 과연 국가적 차원의 개편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혹평했다.

한 참석자는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 목표량을 정한 뒤 공공과 민간 역할 분담을 논의해야 하는데 불쑥 공기업 조직개편안부터 꺼내는 정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산업부가 용역기관을 통해 개편안 몇 개를 툭 던져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뒷짐 지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비판도 했다.

정부가 자원개발에서 철수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는 “자원개발시장에서 민간과 공기업은 협력관계”라며 “저유가인 지금이 사업을 확장해 과거 손실을 만회할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자원개발 분야에 대한 공기업 역할 축소는) 아쉽다”고 말했다.

강성욱 포스코 원료그룹장은 “포스코는 1998년 브라질에 제철원료인 펠릿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고 처음 10년간은 투자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매년 25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자원개발은 긴 호흡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경제부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