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전방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브로커 이민희 씨(56)가 검찰에 체포돼 정 대표의 전관 로비와 정·관계 로비 의혹이 어디까지 밝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씨에 대해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22일 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밤 늦게 자수 의사를 밝힌 이씨를 서울 서초동 교보생명사거리에서 만나 체포했다. 이씨는 도피자금이 떨어지고 검찰이 주변 지인을 통해 자수를 권유하면서 자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로비해 지하철 역사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을 늘려주겠다며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정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검찰에 체포된 뒤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돈으로 로비를 하지는 않았으며, 본인의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청와대 전 수석비서관, 정부 부처 전 차관 등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로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녹취록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씨는 “인맥 과시는 허언이었으며 이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능력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 로비를 하지 않았다는 이씨 진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기존 조사자료와 증거물을 토대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이씨는 정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 구명을 위한 전관 로비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말 정 대표 도박 사건 항소심을 맡은 임모 부장판사를 서울 시내 한 일식집에서 만나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 수사 단계에서 정 대표 변호를 맡아 ‘전관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는 고교 선후배 관계다.

이씨는 4개월여간의 수배 기간에도 홍 변호사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자수와 관련한 법적 조언을 듣기 위해 홍 변호사와 수차례 통화했다”며 “이씨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고교 선배인 홍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인물이 도피 기간에 통화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말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