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영 컨설턴트=저도 가정주부로 있다가 만 28세에 이 일을 시작해 20년차가 됐네요.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보험설계업에 입문해 다른 사람들처럼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했어요. 어디서 고객을 확보해야 할지 몰라서 헤매다가 뒤늦게 고액계약을 할 수 있는 고객을 여러 명 알게 돼 자리를 잡았지요. 지금까지 연도상을 포함해 보험상을 7회 수상했고, 보유고객은 700명가량 됩니다.
▶이윤순 컨설턴트=이숙영 설계사가 저보다 훨씬 선배네요. 이 업계에서는 한 해라도 누가 오래 일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이신복 컨설턴트=나이로는 몰라도 업력으로는 제가 가장 연차가 낮네요.(웃음) 저는 17년 동안 은행원으로 일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부지점장까지 올라갔다가 보험설계업에 매력을 느껴 전업했죠. 이 일을 한 지 12년가량 됐는데 제 고객도 700명 정도 됩니다. 고객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한국 MDRT협회(생명보험업계 고소득 설계사로 구성된 모임) 협회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고객불만 해결은 끝없는 숙제
▶이신복 컨설턴트=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보험설계업으로 전향하려고 하니 쉽지가 않았어요. 은행원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고객이 찾아오는데, 보험설계사는 그 반대잖아요.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VIP 고객과 알고 지냈는데, 나중에 보험설계사로서 찾아 뵈려니 상당수가 저를 피하는 거예요. 하루는 나름대로 친하다고 생각하던 한 업체 회장을 만나려고 전화를 했는데 자리에 없다고 하더군요. 같은 업체 임원에게 전화해서 ‘회장님이 어디 가셨나봅니다’라고 하니까 그분이 당황하면서 ‘회장님요? 지금 자리에 계신데…’라고 하는 겁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더라고요.
▶이숙영 컨설턴트=저는 처음에 보험설계사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게 힘들었어요. 특정 구역 고객관리를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을 극복해야 살아남는 구조잖아요. 저는 특히 어린 나이에 시작해 더 스트레스가 컸죠. 어느 정도 설계사들 간 ‘기싸움’에 적응하고 나니까 그다음부터는 고객들로부터 발생하는 각종 민원이 골칫거리가 되더라고요. 가입한 상품에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은 경기나 금리 영향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다 보니 밤새 잠을 못 이룬 적이 하루이틀이 아닙니다. 고객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항상 고민이죠.
▶이윤순 컨설턴트=맞아요. 고객 불만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모든 설계사의 숙제죠. 수익이 잘 나올 때는 좋아하다가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왜 이런 상품을 소개해줬느냐’며 불만을 제기하곤 하니까요. ‘내 탓이 아닌데’ 하면서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면 또 다른 것 같고. 자주 만나는 사이인데도 이런 불만이 생기고 나면 다음엔 찾아가기가 힘들더라고요.
새벽부터 출근해 고객과 공감
▶이윤순 컨설턴트=아무리 민원이 빗발쳐도 계속 찾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제 고객 중에는 동대문·남대문 일대 상인이 많은데, 사실상 거의 매일 그쪽으로 출근해요. 상인들은 일요일을 제외하고 6일을 일하거든요. 또 새벽부터 장사하는 분들이 많다 보니 저도 동이 트기 전에 집을 나서는 편이고요. 고객 스케줄에 저를 맞추는 거죠. 만날 때는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고요. 허심탄회하게 서로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저를 똑똑하고 재무적으로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저를 믿기 때문에 제가 소개하는 상품에 가입하더라고요.
▶이숙영 컨설턴트=보통 한 번 만나서는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것 같아요. ‘보험 팔러온 사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경계부터 하거든요.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도움을 주러 온 사람’이라는 걸 끊임없이 어필하려고 해요. 보험설계는 기본이고, 고객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능한 한 해주려고 하죠. 경제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말이에요. 그만큼 진심과 신뢰가 중요하죠.
▶이신복 컨설턴트=따지고 보면 우리 셋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고객공감을 중시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콘셉트를 ‘고민 해결사’로 잡았어요. 예컨대 고객들이 재정적으로 어떤 문제를 겪고 있다면, 제 주변에 있는 노무·회계·세무·법률 전문가를 총동원해 도움을 주는 것이죠.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신복 컨설턴트=충분한 재투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수입의 50%를 고객을 위해 쓰거든요. 이런 돈을 비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스로를 개인사업자이자 기업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효율적으로 근무하기 위해 비서도 2명 두고 있고요.
▶이숙영 컨설턴트=저도 30% 이상은 고객에게 쓰는 것 같아요.
▶이윤순 컨설턴트=고객한테 식사를 대접받고 나면 차는 제가 사는 식이에요. 각종 경조사도 꼬박꼬박 챙기고, 고객을 위해 금융세미나를 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더라고요. 저도 최소 30%는 고객에게 써요. 이신복 설계사처럼 저도 비서 한 명을 두고 있고요.
고객에게 요즘 추천하는 상품은
▶이숙영 컨설턴트=만나는 고객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실손의료보험을 추천합니다. 부유층은 상속·증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런 것과 연관성이 높은 절세상품을 주로 권유하죠.
▶이신복 컨설턴트=실손의료보험은 기본이라고 봐요. 여기에 치명적질병(CI) 보험과 종신보험도 가능하면 가입하는 것이 좋죠. 연금보험이 중요한지, 앞서 말한 두 개의 보험이 중요한지 묻는다면 전 당연히 후자라고 답할 겁니다. 일단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거니까요. CI보험이나 종신보험의 보장을 받으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지죠. 그렇게 생명을 연장하고 난 뒤에 연금보험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는 게 순서니까요.
▶이윤순 컨설턴트=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고객보다 그렇지 않은 고객이 훨씬 더 많더라고요. 경제적 어려움이나 질병·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유롭게 중도 해지해서 활용하고, 나중에는 자녀 교육자금이나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는 상품을 주로 추천하고 있어요.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