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는 미술품이 감상을 겸한 투자 대안으로 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산층을 비롯해 전문직 종사자와 일부 젊은 층까지 새로운 수요자로 가담하고 있죠. 미술 투자도 주식·부동산 투자처럼 시장 원리와 흐름을 잘 짚어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운영하는 아트비즈니스 석·박사 과정인 소더비인스티튜트오브아트에서 미술품 경매와 투자, 예술법 등을 가르치는 김기범 교수(33·사진)의 말이다. 지난 21일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 초청으로 방한해 25일 오후 3시 중앙대에서 ‘글로벌 아트마켓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할 예정인 그는 “글로벌 아트마켓과 미술작품 경향의 전반적인 흐름을 잘 알아야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2008년 뉴욕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2011년 졸업 직후 소더비인스티튜트 교수로 임용된 그는 예술법을 비롯해 예술품 경매와 투자·금융 등 예술 비즈니스 전반을 가르치고 있다.

한때 프랑스계 투자은행에서 인수합병 컨설턴트로 일한 그가 아트비즈니스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로스쿨 시절 수강한 예술법 강좌 때문이다. 그는 “예술법 교수와 교류하고 배우면서 막연히 알던 아트비즈니스 이론 분야를 구체적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더비에 근무하면서 마케팅, 시장 분석, 미술 투자, 예술법 등 예술과 경영을 접목한 학문을 집중 탐구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학술행사를 통해 컬렉터들에게 미술시장의 흐름과 투자 기법을 짚어주고 있다.

김 교수는 “세계 경제 침체로 미술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슈퍼리치들은 더 안정적인 것을 찾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 쪽으로 움직이면서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세계적 작가 작품은 더 비싸지고 있다”며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일본 쿠바 등 세계 각지의 저평가된 작가 작품에도 매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미술계 ‘큰손’들이 유명 화가는 물론 한국의 단색화처럼 저평가된 작품을 찾을 것이란 얘기다.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 대해서는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7% 정도 하락한 638억달러(약 75조)로 추산됩니다. 미국은 4% 성장했지만 중국은 24%나 추락했어요. 그만큼 국제시장 여건이 안 좋습니다.”

그는 미술시장이 미국과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점차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시장을 편입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