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서 해외 각국에서 참석한 연구진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령제약 제공
201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서 해외 각국에서 참석한 연구진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보령제약 제공
보령제약의 ‘카나브’는 2010년부터 꾸준히 국제학술대회에서 인지도를 높여왔다. 올해 세계고혈압학회를 글로벌 신약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에서 열 수 있게 된 데는 국제학술대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보령제약의 카나브 힘이 컸다.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국산 신약은 가장 최근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의 표적폐암치료제 ‘올리타’까지 총 27개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을 거둔 신약은 아직 없다. 다행인 점은 최근 3~4년 사이 국산 신약들이 해외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고 일부 신약은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산 신약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의약품은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 신약 카나브다.
[Health] "국산 신약, 미국·유럽 등 선진국서도 주목하는 계기될 것"
카나브는 세계 29개국에 3억2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가장 먼저 완제품을 출시한 멕시코에서 순환기내과 주간 처방률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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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브가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풍부한 임상자료를 확보한 덕분이다. 카나브는 국산 신약으로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1만4000여명의 대규모 임상 4상을 진행했다. 허가를 위한 임상 3상을 마친 뒤에는 별도의 임상시험을 하지 않던 기존 신약과 달리 카나브는 안전성 및 효능을 극대화하는 4상 임상시험을 통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자료를 구축했다. 지금까지 임상 4상을 포함해 총 2만4752건의 임상자료를 확보했다. 멕시코 현지 허가 임상을 통해 멕시코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메스티소 등 토착민에게서도 우수한 혈압강하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

보령제약은 그동안 세계적인 학회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마케팅의 주요 창구로 적극 활용했다. 카나브는 201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에서 처음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어 2014년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 유럽고혈압학회 통합 학회에서는 단독 심포지엄을 열어 국산 신약의 위상을 높였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신약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에서 별도의 특별 심포지엄이 열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보령제약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고혈압학회에서는 카나브CCB(칼슘채널차단제) 복합제, 고지혈증 복합제 등 복합제 임상 및 멕시코, 러시아 등 글로벌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복합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뇨복합제에 이어 오는 9월에는 CCB 복합제를 출시해 제품군 확장에 나선다.

12월에는 고지혈증 복합제(피마살탄+로수바스타틴)를 발매할 예정이며 2017년 고지혈증 복합제(피마살탄+아토바스타틴), 2018년 3제 복합제(피마살탄+암로디핀+로수바스타틴) 등을 통해 카나브의 성공모델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다양한 복합제 출시를 앞둔 만큼 이번 서울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국산 신약이 중심이 돼서 열리는 학회라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 현장을 국내에서 체험할 기회라는 것이다.

최태홍 보령제약 사장은 “이번 학회는 국산 신약의 글로벌 마케팅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는 현장”이라며 “카나브 등 국산 신약의 임상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좋은 기회일 뿐 아니라 제약 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