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리타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손지웅 한미약품 부사장이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리타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지금까지 나온 국산 신약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미약품(대표 이관순)이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사진)의 글로벌 혁신신약 도약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올리타는 지난 1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산 신약 27호로 허가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환자의 80%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는 게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올리타가 효능뿐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에서도 지금까지 나온 국산 신약과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리타는 지난해 7월 한미약품이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7억3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판권을 기술수출한 혁신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중국 판권을 중국 생명과학기업 자이랩에 기술수출했다.

○국산 신약 한계 뛰어넘은 첫 혁신신약

[Health] "국산 신약 한계 뛰어넘은 올리타, 글로벌 혁신 신약 될 것"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처음 허가받은 신약이다. 다음달 국내에서 출시되면 보험적용(급여결정)은 내년 초 결정된다. 기존 폐암치료제에 내성과 부작용을 보이는 환자에게 2차 치료제로 우선 허가됐다. 올리타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글로벌 임상시험을 한 게 기존 국산 신약과 다르다. 이전까지 국산신약은 국내 임상시험을 마쳐 허가를 받은 뒤 신흥시장 등 해외로 나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반면 한미약품 올리타는 처음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동시에 출시된다는 점에서 국산 신약의 개발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국산 첫 글로벌 혁신신약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리타의 성분인 올무티닙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혁신치료제 지정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질병의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서는 신속 허가(패스트 트랙)를 내주는 제도다. 이 사장은 “신약 개발의 핵심은 속도전이기 때문에 혁신치료제 선정은 상업화 시기를 최고 2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내년 글로벌 허가 기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의 기술을 사간 베링거인겔하임은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2상 시험을 근거로 내년 글로벌 허가를 목표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최근 언론에 “올무티닙의 2상 임상시험을 토대로 올해 유럽과 미국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으면 한미약품은 마일스톤(성과보수) 외에 판매 이후 발생하는 매출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다. 올무티닙의 중국 판권을 갖고 있는 중국 자이랩도 연내에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외에서 올무티닙이 이처럼 주목하는 것은 기존 폐암 치료제의 내성과 부작용을 극복한 3세대 내성표적 폐암신약이기 때문이다. 임상 2상 시험 자료만으로 국내에서 허가를 얻고 미국에서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것도 탁월한 효능 덕분이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기존 EGFR TKI 치료에 내성을 보인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올리타 800㎎을 1일 1회 투여한 결과, 안전성 및 종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대상 환자의 62%에서 객관적 약물 반응이 나타났으며, 환자 중 46%는 확진된 종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또 환자의 91%에서 질병 조절 효과가 나타났다.

박근칠 서울삼성의료원 혁신항암연구기관장은 “EGFR 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티로신키나제 억제제)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비소세포 암환자의 60%가량은 특정 단백질(T790M) 변이가 원인인데 그동안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다”며 “올리타가 이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