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해외 인덱스’ 펀드 시장 규모가 1조원대까지 커졌다. 매매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제도(3000만원까지 비과세)가 도입되면서 해외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해외 인덱스펀드는 각국 증시 등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품으로 펀드매니저가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엑티브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인덱스펀드 시장 규모는 1조900억원 안팎이다. 2014년 말(4282억원)과 비교하면 1년5개월 만에 시장이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해외 인덱스펀드의 선두 주자는 KB자산운용이다. 지난 18일 기준 전체 설정액의 60.7%(6611억원)를 KB자산운용이 굴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저평가·고배당 매력이 돋보이는 유럽 인덱스펀드의 설정액이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KB스타유로인덱스(설정액 2315억원)’는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의 기초자산으로 널리 알려진 유로스톡스50지수를 추종한다. 독일(투자비중 31%) 프랑스(37%)의 투자 비중이 30%대이고 나머지를 스페인(11%) 이탈리아(8%) 등 서유럽 10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금융(27.03%) 헬스케어(12.12%) 산업재(11.84%) 필수소비재(10.73%) 등 업종별로도 고르게 자산을 분산하고 있다.

KB스타유로인덱스의 장기 수익률은 벤치마크지수인 유로스톡스50을 웃돈다. 이 펀드의 최근 3년, 5년 수익률은 13.10%와 21.20%로 벤치마크 지수(각각 8.05%, 18.76%)를 넘어섰다. 일부 자금을 유로스톡스50지수 선물에 투자,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윳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보수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고르는 액티브펀드의 절반 수준이다. 액티브펀드 운용보수는 연간 1% 내외인 반면 이 상품은 0.5% 안팎이다. 10년이면 운용보수만으로 5%포인트 정도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KB스타재팬인덱스펀드’도 자금 몰이를 하고 있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1980억원으로 전체 해외 인덱스펀드 중 2위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로 일본 증시가 급등하며 최근 5년 수익률이 79.08%에 달한다. 임승관 KB자산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은 “지수 움직임을 복제하는 것 이외에 배당과 유동성에서 나온 자산으로 추가 수익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다.

KB자산운용은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해외펀드 라인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우선 KB스타유로인덱스펀드 등 3종을 비과세 해외펀드로 전환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차이나H주식인덱스펀드는 출시 100일도 안돼 214억원을 끌어모았다. 유럽의 대표 고배당지수를 추종하는 ‘KB유럽고배당주식인덱스펀드’도 조만간 출시된다.

유성천 리테일본부 상무는 “해외 인덱스펀드는 종목이나 업종이 아니라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액티브 펀드에 비해 변동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