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SWOT로 본 반기문 대망론
정치권에서 25일 방한하는 반기문 UN 사무총장 ‘대망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반 총장이 대선에 나설 것인지, 나선다면 누구의 등에 업힐 것인지,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놓고서다.

반 총장의 영입을 추진하는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글로벌 안목을 갖춘 지도자”라고 평가한다. 반면 정치 경험이 없고 지지기반도 약한 반 총장이 험난한 선거 여정을 뚫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친박-비박 서로 다른 시각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우자고 주장하는 쪽은 친박계다.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친박이 반 총장을 후보로 내세워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는 것이다. 통일 외교 등을 위해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홍문종 의원은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세계 지도자들이 성실하게 UN 사무총장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더라”고 했다.

친박계 의원 가운데 충청권 출신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명수 의원은 “외교와 안보, 통일, 통상 등 대외적인 면에서 여야를 떠나 제대로 대응할 사람이 있나”라며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나.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홍문표 의원도 “국제적인 감각 등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친박계가 반 총장을 띄우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충청표에 대구·경북(TK)표를 더하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충청 출신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임명된 것은 이런 그림 아래 친박과 반 총장 간 연결 고리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비박계의 시각은 다르다. 반 총장이 대선을 향한 험난한 과정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3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새누리당은 (반 총장이 입당한다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도전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추대가 아닌 경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태 의원은 “반 총장만 옹립한다면 대선이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더 큰 위기”라고 했다.

새누리당 비박계 3선 의원은 “반 총장이 계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새누리당을 하나로 묶어나갈 리더십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며 “‘꽃가마’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는 식으로 해선 대선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반 총장은 검증을 견디기 어렵다.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100% 패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까지 기다릴 가능성”

반 총장의 별명은 ‘기름 장어’다. 대선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면 모호한 답변으로 이리저리 빠져나가 붙여졌다. 그는 지난 18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 만찬에서도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한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아직 7개월 남아 있다”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만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과거에도 보면 반 총장은 대통령(선거)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안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민주당 문을 두드린 것도 반이고, 새누리당을 두드린 것도 반이다. 그래서 반기문 총장이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 총장이 친박이 내민 손을 잡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 참패 이후 계파 간 갈등으로 친박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 새누리당발(發) 정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정치권 상황도 유동적이다. 때문에 ‘친박+반기문’대선 구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충청 출신 3선 의원은 “반 총장은 한국 정치 상황을 지켜보면서 끝까지 기다린 뒤 막판에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