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8월부터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한 것은 침체된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다. 거래시간을 늘려 증시 거래대금을 확대하고 한국 시장에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화권 시장과의 연계성을 강화해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8월부터 주식·외환 거래 30분 연장…"거래대금 6800억 늘고 중국 증시 반영 빨라져"
◆거래량 얼마나 늘어날까

이번 거래시간 연장의 1차 목표는 거래대금 증가에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6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조8800억원)보다 20.7% 줄었다. 2011년 6조9000억원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5년째 4조~5조원대로 정체 상태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이 최대치에 육박하고 있지만 거래대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자금이 증시로 원활하게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800~2050 사이 박스권에 머물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각되지 못한 탓이 컸다.

거래소는 거래시간이 길어질수록 거래량이 늘고 늘어난 거래량이 박스권 탈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장안으로 하루 평균 최소 3%에서 최대 8%가량 유동성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천삼 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통상 장 종료 30분대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의 13%가 발생한다”며 “다른 시간대보다 약 2~3배 높은 밀도로 거래가 일어난다고 분석하면 하루 평균 2600억~6800억원의 거래대금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또 효율적인 거래환경 조성으로 투자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국내 주식시장의 매매 거래시간은 6시간(오전 9시~오후 3시)으로 싱가포르(8시간)나 독일·영국·프랑스(8시간30분), 미국(6시간30분) 등에 비해 짧다. 투자자의 매매 기회를 제약하고 새로운 정보 반영을 지연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용국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오랜 박스권 장세 탓에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등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투자자금이 해외시장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이런 양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 예탁잔액은 2012년 1분기 9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25조원까지 늘었다.

◆시장에 어떤 변화 있을까

한국보다 장 마감 시간이 늦은 중국 시장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거래시간 연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간 상관계수가 0.75에 달할 정도로 중국 시장과의 동조화가 강화돼 두 시장 간 중첩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거래소의 설명이다.

김원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한국 시장이 중화권보다 1~3시간 빨리 마감하는 탓에 중화권 시장발 정보의 신속한 반영이 어렵고 글로벌 투자자의 연계거래가 제약되는 등 아시아 역내 유동성 유치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홍콩은 5시, 싱가포르는 6시에 각각 정규시장을 마감한다.

김 본부장은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국내 시장에 8개 상장돼 있는 데 중국과 가격 괴리율이 크다”며 “상장지수채권(ETN)의 해외 수요를 국내에 머물게 하기 위해 시간차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만수/김동욱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