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와 홍익대 미술교육원에서 그림을 공부한 김 화백은 전통 산수화의 현대적 실험에 정진해왔다. 서예 대가인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 글씨를 배운 그는 전통 물감인 수간채색을 활용해 산수를 붓으로 찍어내 그리는 독창적인 화법으로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기념전의 주제는 ‘오방색의 향연’. 꿈틀거리는 자연과 인간을 점묘화 형식으로 살려낸 근작 20여점을 내보인다. 전통 산수화를 ‘양복 입은 한국 사람’처럼 바꿔보고 싶었다는 김 화백은 전통 물감으로 산의 색깔을 찍어내면서 서양화에서 빌려온 면분할 기법을 쓰기도 한다. 강렬한 붓 터치의 흔적들이 이뤄낸 산의 형태에서 기운생동과 한국화 특유의 여백미를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에는 수많은 산이 등장한다. 지리산을 비롯해 설악산 속리산 북한산 등 전국 명산을 소재로 다양한 스토리와 꿈을 담아냈다. 김 화백은 “혼합되지 않은 순수한 오방색이 지니는 오색(五色)과 오채(五彩)의 빛깔로 자연의 사실성보다 정신성을 살려냈다”며 “변화하는 자연의 외형적인 색(色)이 아니라 영원한 빛깔을 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초대전과 그룹전 500여회를 치른 그는 오는 10월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여는 BAE미술관 초대작가로 선정됐다. 내년 2월에는 프랑스 파리 89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02)6262-8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