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하는 작은 창극 ‘심청아’.
27~29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공연하는 작은 창극 ‘심청아’.
“심 봉사가 눈 뜬 바람에 수백명 봉사들도 모두 개평으로 눈을 뜨는데,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소리꾼들이 ‘쫘악!’ 하면 여러분이 받아서 ‘쫘악!’”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27~29일 이곳에서 열리는 작은 창극 ‘심청아’의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무대 중앙에서 김대일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이 앞소리를 메기자 객석에서 연습을 지켜보던 이들도 자연스럽게 “쫘악” 하고 받아넘겼다. 객석과 함께 소리를 주고받던 안숙선 명창이 마무리에 나섰다.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구나~.”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은 소리꾼의 목소리가 날것 그대로 북장단과 어우러졌다.

‘심청아’는 2014년 시작된 국립국악원 ‘작은 창극’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다. 공연은 음향 효과나 무대 장치를 쓰지 않고 소리의 원음만을 부각한다. 100여년 전 판소리를 극화한 초기 창극의 본모습을 살려보자는 취지다. 무대는 흰색 모시 휘장을 두르고 백열전구를 달아 옛 시골 장터 분위기를 냈다. 소리꾼들이 입는 옷도 1920년대 복식이다.

130석의 작은 공연장에서 소리꾼 여섯 명이 배역을 나눠 노래한다. 안 명창은 심청의 어머니 곽씨 부인과 심 봉사를 유혹하는 뺑덕이네, 도창(창극 해설자) 등 다섯 개 역할을 오간다. 소리꾼들은 노래 대목이 없는 장면에서도 퇴장하지 않는다. 대신 고수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장단을 맞춘다.

안 명창이 작창, 지기학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안 명창은 “작은 창극은 무대에 군더더기가 없어 소리와 이야기에 집중하기 쉽다”며 “관객과 교감하기 가장 좋은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관객을 극 안으로 초대하는 것도 창극의 특징이다. 극 초반에 심 봉사는 객석을 오가며 어린 심청을 안고 젖동냥을 한다.

주제도 바뀌었다. 심청의 효심을 강조하는 판소리와는 달리 세상을 보는 눈을 갖게 된 심 봉사에게 집중한다. 지 감독은 “심 봉사가 시력을 되찾았다기보다는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눈을 뜬 것으로 해석했다”며 “막바지에 소리꾼이 관객과 함께 눈 뜨는 소리를 부르는 부분은 심청이 보여준 맑은 마음을 모두가 공유해 두루 행복해지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