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낙인 찍힐까 기업들 '예민'…힘겨루기에 대상선정 지연
부실 우려 대기업그룹과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재무구조 악화로 부실 징후를 보인 대기업 그룹 3∼4곳이 이달 중 새로 채권은행들의 중점 관리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들 그룹은 각각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자산매각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부터 진행된 주채무계열 평가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달 안에 종료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채무계열 관리제도는 주채권은행이 주요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를 매년 평가하고 재무상태가 악화된 그룹은 별도 약정을 맺어 재무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관리제도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은 그룹은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과 같이 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해 말 기준 금융회사 총 신용공여액이 1조3천581억 원 이상인 39개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이 기업군에 속한 소속 계열사의 수는 4천443개다.

은행들은 2014년 42개 주채무계열을 평가해 이 중 14개 대기업 계열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41개 계열 중에서 11개 대기업 계열과 약정을 맺었다.

대표적으로 양대 해운사를 계열사로 둔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어 수년째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을 벌여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3월 초 기업 구조조정 진행 현황 브리핑에서 "주채권은행이 4월 말까지 재무구조 평가를 완료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5월 말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월말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약정 체결은 커녕 평가 작업조차 아직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다.

평가 작업 지연 배경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신규 약정체결 대상으로 거론된 대기업 계열들이 약정 대상에 포함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정치·경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으로 거론되기만 해도 예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대기업 총수들이 평가 결과에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구조조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다, 많은 업종에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약정대상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은 해운·조선·철강 등 취약업종 관련 기업에 대해 예년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로 재무구조를 들여다봤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대기업 계열 3∼4곳이 신규 약정 체결 대상으로 거론돼 최종 평가결과 확정을 앞두고 주채권은행과 기 싸움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규 진입 계열과 더불어 약정 대상에서 빠지는 계열도 일부 있어 전체 약정 대상은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약정 체결 대상 계열과 주채권은행 간의 기 싸움은 매년 주채무계열 평가가 마무리될 때마다 재연되는 현상"이라며 "다만 올해는 기업들이 특히 예민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에서 신속성을 최우선시하는 기조에 따라, 평가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약정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채무계열 평가와 별도로 금감원과 은행원은 최근 대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7월까지 대기업 평가를, 10월까지 중소기업 평가를 해 부실기업을 추려낼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