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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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은 국내 상장 정유3사 중 정유업과 정유 관련 사업에 가장 높은 집중도를 보이는 업체다. 핵심 사업은 하루 정제능력 66만9000배럴에 달하는 정유 부문, 고(高)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윤활기유 부문, 파라자일렌을 중심으로 하는 석유화학 부문 등이다. 에쓰오일은 올해뿐 아니라 향후 몇 년가량은 큰 폭의 이익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큰 동인은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 업황 개선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고 추진 중인 잔사유 고도화 설비가 2018년 완공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3중고 시련’의 의미

각종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쓰오일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의 두 배를 뛰어넘는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이미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7% 개선됐다.

이 같은 장밋빛 기대를 할 수 있게 만든 기반은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정점 이후 3년간 큰 폭으로 이익이 줄어든 ‘3중고’ 시기에 조성됐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2011년 1조7000억원을 달성한 뒤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4년엔 영업손실 2897억원을 기록했다. 핵심 사업 3개 부문 모두 이 기간에 큰 폭으로 이익이 줄었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은 정제제품 수급 악화와 유가 하락, 중동으로부터의 높은 원유 구매단가 지속이라는 3중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에서 산업 전반에 걸친 장기적 불황은 필연적인 업황 반등의 시기를 조성해 주는데 에쓰오일의 주력 산업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산업 전반적으로 주요 제품에 대한 증설 계획이 철회·지연되고 신규 투자가 감소했다. 또 예상하지 못한 유가 급락이 수요 회복과 이익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줬다.

‘고진감래’ 핵심 사업 고공행진 기대

에쓰오일은 이 같은 3년 시련의 시기를 거친 뒤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3년 연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정유 부문의 흑자전환이 가장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2015년 전사 매출의 79%를 차지한 정유 부문은 2014년 7295억원 영업적자에서 2015년 2279억원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극적인 반전에 성공했다.

급격한 실적 개선의 주요 원인은 유가 급락에 있다. 유가 급락에 따라 제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가솔린을 중심으로 정제제품 수요가 회복됐다. 반면 공급은 크게 늘지 않았다. 과거 3년의 수급 악화와 중국의 정제제품 공급 과잉이 신규 설비 투자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전반적인 정제제품 수급 개선은 정제마진 반등으로 이어졌고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도 큰 폭의 실적 회복을 누릴 수 있었다. 윤활기유 및 석유화학 부문 역시 산업 전반적으로 제한적인 신규 공급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가 하락이라는 긍정적 요인으로 인해 2015년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1%, 54% 개선되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2015년 대폭적인 이익 개선에 이어 2016년에도 에쓰오일의 실적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15년과 같이 유가 하락에 따른 단순 반작용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제품 자체의 수급이 개선되는 모습이 본격적으로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유 부문을 살펴보면 앞으로 3년가량은 정유 수급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에쓰오일의 정제마진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긍정적 상황은 석유화학 부문의 주력 제품인 파라자일렌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활기유 부문 또한 동일 선상에서 최소 1년에서 2년 동안 높은 안정적 마진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종합해 보면 변동성이 커진 유가 급락 가능성을 배제할 경우 전 부문 업황 개선에 힘입어 에쓰오일의 2016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0% 정도 증가한 약 1조9000억원을 기대한다.

한편 에쓰오일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국내 다른 정유사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과거 추세적으로 이어온 동종 업체 대비 높은 ROE는 타사 대비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친화적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가 누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ROE를 높일 수 있는 투자 건에 대해서는 시기 적절하게 투자를 집행하고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며 자기자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 왔기에 달성 가능한 수치다.

이도연 <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daniel.dy.lee@truefrien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