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퀀텀닷 컨퍼런스…장혁 부사장 "태양전지·메모리·센서로 확장 가능"
"효율 높은 카드뮴, 소비자에 해 될 수 있어 연구 중단"


"퀀텀닷(양자점)은 한 가지 특성을 이용해서 쓸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습니다.이 팬시한 소재를 계속 연구해야 합니다.이니셔티브를 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계속 연구할 생각입니다.퀀텀닷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혁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머티리얼연구센터 센터장(부사장)은 26일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제주에서 열린 '제9회 국제 퀀텀닷 콘퍼런스'(QD 2016)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 부사장은 이날 '차세대 소재기술 퀀텀닷을 통한 기기 기능 강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세계 최초로 비(非)카드뮴계 퀀텀닷 TV의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장 부사장은 "퀀텀닷 기술을 LCD(액정표시장치)에 써서 퀀텀닷 TV가 나왔지만,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다.

휘도를 더 올리면서 시야각 특성, 명암비 등을 더 개발할 기회가 있고, 퀀텀닷 LED(발광다이오드)라고 컬러 필터 없는 TV가 될 수도 있다"며 이 기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강조했다.

퀀텀닷은 스스로 빛을 내는 수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를 말한다.

퀀텀닷의 특징은 입자 크기가 변하면 다른 길이의 빛 파장이 발생해 다양한 색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화학적으로 합성된 무기물이어서 유기물에 기반을 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보다 화학적·물리적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긴 것으로 평가된다.

1980년대 초 학계에서 발견됐는데 30여 년 만에 이 기술이 처음 상용화된 분야가 바로 퀀텀닷 TV다.

장 부사장은 퀀텀닷 기술의 활용 영역이 앞으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퀀텀닷은 광(光)을 받아서 전기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태양전지나 메모리에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형태의 센서로도 쓸 수 있으며, 특히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인식하는 센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전기를 받아 빛을 낼 수도 있는데 이 성질을 이용하면 레이저를 만들거나 전기를 받아 직접 발광하는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를 개발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바이오 반응을 일으켜 인체 내 마커(표지물질)로 사용하거나 태양광을 받아 수소를 생산하는 광 촉매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장 부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지만, 인체 독성이 큰 카드뮴을 쓰지 않은 '비(非)카드뮴' 퀀텀닷 TV를 개발하게 된 과정도 소개했다.

장 부사장은 "90년대 초반 퀀텀닷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론적으로 카드뮴을 써야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회사가 큰 결정을 했다"고 전했다.

규정상 카드뮴 사용이 허용돼 있었지만, 카드뮴이 소비자에게 해가 될 수 있고, 제조공정의 작업자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큰 결심을 하고 연구를 접었다는 것이다.

그 대신 2010년부터 '카드뮴 프리(free)'로 가기로 하고 연구를 재시작했다.

장 부사장은 "카드뮴을 쓰지 않으면 이론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걸 극복해서 카드뮴 퀀텀닷과 같은 휘도를 유지하면서 그보다 색 좌표를 더 넒힌 TV 제품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규정에 안주했다면 비카드뮴 퀀텀닷 TV는 없었을 것"이라며 "아주 보람찬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부사장은 "지난해 CES(세계가전전시회) 쇼에서 카드뮴 없는 TV를 만들어서 론칭했고 올해 또 한 번 효율을 올려서 2세대를 출시했다"며 "내년에는 효율을 더 올려서 또 (새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퀀텀닷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사 간 기술 격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아주 보수적으로 봐서 1.5년 앞서 있다고 하지만 2년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중국 업체들이 카드뮴 소재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 성능이 삼성전자가 지난해 처음 출시한 제품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장 부사장은 또 다른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인 OLED와 퀀텀닷을 비교하면서 "퀀텀닷은 무기물질이라 수명 특성이 좋고, 공정 자체가 증착 공정을 안 쓰고 습식 공정이라 대형으로 갔을 때 OLED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제주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