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여제' 서혜경, 내달 16일 공연…"모차르트의 찬란한 슬픔 녹여낼게요"
올해로 탄생 260주년을 맞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음악사 최고의 천재로 꼽힌다. 대중은 모차르트 하면 가볍고 경쾌한 선율을 떠올리지만 그는 전형적인 천재들처럼 희로애락에 누구보다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했다. 이는 음악으로 고스란히 표출됐다. 밝은 음악도 있지만 깊은 슬픔과 고뇌를 담은 곡도 많다. 이런 경향은 그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빈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더 강해졌다. 가족을 부양하고 음악가로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느낀 애환과 고통이 곡에 담겼기 때문이다.

‘건반의 여제’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56·사진)가 다음달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짙은 감성을 담은 연주로 이 같은 모차르트 음악을 다채롭게 표현한다. 서씨는 26일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젊은 시절엔 모차르트의 음악이 경쾌하다고만 여겼지만 이젠 그의 찬란한 슬픔이 크게 와 닿는다”며 “그러면서도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데, 내 인생도 그의 삶을 표현할 만큼 성숙해졌다고 판단해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앨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을 도이치그라모폰 레이블로 발매했다. 2010년과 2012년에 내놓은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전집에 이은 세 번째 피아노협주곡 앨범이다. 이번 앨범엔 우아하고 고상한 19번, 짙은 어둠의 20번, 밝은 21번, 서정성과 슬픔이 돋보이는 23번을 함께 담았다. 다음달 공연에선 이 중 20번과 21번을 연주한다.

서씨의 삶은 모차르트 음악과 닮았다. 그는 국내 피아니스트의 해외 진출이 드물던 1980년대에 미국 카네기홀이 선정한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뽑히는 등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6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위기를 맞았다. 지금은 이를 극복하고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씨는 “나의 모차르트 연주는 조금 느리다. 슬프면서도 기쁘고, 기쁘면서도 슬픈 그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은 피아노협주곡 20번이다. 그는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평범한 사람과의 결혼을 강력히 반대하다가 결국 그를 외면했다”며 “이 곡엔 부모에게 버림받은 극심한 고통과 절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 함께한 영국의 전설적인 거장 네빌 마리너(92)는 서씨가 이런 감정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마리너는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 녹음에 참여했고, 모차르트의 삶을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의 사운드트랙을 제작한 거장이다. 서씨는 “20번은 b단조로 고뇌를 표현하다가 갑자기 D장조로 바뀌는데 그 부분에서 마리너는 아무런 말도 없이 템포를 빠르게 한다”며 “모차르트가 슬픔을 극복하는 그 순간을 그렇게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후 8시. 4만~12만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