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두 번째 목요일 오전 9시.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15층엔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달의 기준금리가 결정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가 열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금통위 위원들의 회의장 입장 시간부터 이들의 표정, 회의 전 나눈 농담까지 모두 세간의 관심사다. ‘7인의 현인’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대한민국 ‘돈의 질서’를 정한다. 최근 한은의 구조조정 재원 조달 방안까지 금통위가 최종 결정한다고 알려지면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리 향방은 금통위 회의 전날 결정된다?
◆금리향방은 금통위 전날 결정

금통위 위원은 당연직인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를 비롯해 조동철, 이일형, 고승범, 신인석, 함준호 위원 등 7명이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준금리 결정’이다.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 본회의는 보통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열린다. 오전 9시에 시작해 10시 안팎이면 끝난다.

위원들은 금통위 1주일 전부터 분주해진다. 본회의 1주일 전엔 ‘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연다.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월초까지의 수출 실적, 물가 동향 등 아직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를 주로 보고받는다. 본 회의 하루 전엔 ‘동향보고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한다.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이 회의에는 한은 조사국 국제국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 4개국 국장과 팀장이 동석해 현안을 보고하고 위원들의 질문을 받는다. 당일 금통위원들에게 제공하는 자료 두께만 10~15㎝에 달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향보고회의 때 위원들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그달 기준금리에 대한 의견을 눈치챌 수 있다”며 “사실상 이날 기준금리 향방이 결정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작 토론과 논쟁 없는 본회의

이 때문에 금통위 본회의 당일에는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각 위원이 준비한 원고를 바탕으로 돌아가면서 의견을 개진한다. 간혹 소수의견이 나오지만 미리 조율된 방향으로 결론난다. 총재는 보통 금리에 대한 의견을 직접 밝히지 않고 다수결을 따라간다. 의견이 3 대 3으로 팽팽히 갈릴 경우에만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 한은 관계자는 “소수의견이 자주 팽팽하게 맞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달리 한국 일본 유럽은 만장일치 합의를 중시하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원의 반란이 없진 않았다. 2004년 11월 금통위원 7명 중 4명이 금리인하를 주장하면서, 동결을 주장한 총재 측의 목소리가 묻혔다.

세간에서는 금통위원 자리를 두고 “한가하다”는 말도 나온다. 받는 연봉(2억6000만원)에 비해 하는 일이 적지 않으냐는 것이다. 금통위원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기준금리 결정 등을 위한 본회의는 지난해 26번 열렸지만 각종 협의회 등을 합치면 지난해 열린 금통위 회의만 133건이다. 한 금통위원은 “매일 검토해야 하는 보고서가 산더미처럼 쌓인다”고 말했다. 한 신임 금통위원은 취임 한 달여 만에 입술까지 부르텄다.

◆신임 금통위원은 매파 일색?

최근 해운조선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마련과 관련해 정부와 한은 간 기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금통위 내부에서도 방식을 놓고 열띤 토론이 여러 차례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신임 금통위원 4명(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이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A위원은 한은 역할론을 내세우는 정부에 가장 비판적인 주장을 폈다고 한다.

금통위원 교체 후 처음 열린 지난 13일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도 이들은 예상과 달리 매파(통화 긴축)적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들의 출신에 비춰 비둘기파(통화 완화)적 성향이 강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