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전 총리, 제주포럼 기조연설…"아베, 위안부에 직접 사죄편지 써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무라야마 담화’(1995년)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92·사진)가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에게 “(한국 등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쓰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26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12월28일 외무장관 회담 합의 발표로 표현된 아베 총리의 사죄 의지를 편지로 작성해 위안부 피해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총리로 재직하던 때 내각에서 마련했으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피해자 대부분이 거부한 아시아여성기금에서도 하시모토 류타로, 오부치 게이조, 모리 요시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들이 자필로 서명한 사과의 편지를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낸 적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는 총리의 편지를 주한 일본대사를 통해 보내는 것이 적절하다”며 “일전에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만나 이런 뜻을 이야기하고 왔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분들의 가슴을 울리는 사죄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2012년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뒤 무라야마 담화를 재검토한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아베 총리도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표명하며 지난해 8월 아베 담화를 발표했지만, 이는 청일·러일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부한 것이므로 대만과 한국을 식민 지배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며, 무라야마 담화는 계속해서 일본의 국시(國是)로서 그 생명력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반성은 원칙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속죄 노력을 통해 나타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소녀상 이전 문제가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전제조건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전제조건 없는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3월29일 시행된 일본 안보관련법에 대해 “일본 국민의 반대 의지가 강해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낙관했다.

제주=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