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국회법 개정 '365일 청문회' 가능해져…"국회 '갑질'로 국정 위축과 기업 경영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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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거부권 행사 고심
☞ 국회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미국처럼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수시로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이슈 관계자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자는 데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회를 이미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청문회란?
청문회(Hearing)란 말 그대로 의회(국회)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관계자나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자리다. 청문회의 목적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안에 대해 사실 관계와 인과 관계를 파악하고 △국가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문회는 어떤 목적에서 여느냐에 따라 다양하다. 먼저 법을 만들기 위해 이해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입법 청문회가 있다. 입법 청문회에선 때론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끼리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나라에 따라선 정부가 총리, 장관 등을 임명할 때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의회가 후보자들이 과연 그 자리에 적합한 능력과 도덕성 등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는 게 인사 청문회다. 이 밖에 전기값이나 가스값 폭등 등 정책 현안을 질의하는 정책 청문회, 고위공직자와 정부 부처의 비리를 조사하는 조사 청문회 등이 있다. 청문회는 의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수단의 하나로 꼽힌다.
“상임위 결정만으로 청문회 개최 가능”
19대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내팽개쳐 둔 채 지난 19일 미국처럼 상임위·소위원회가 각종 현안조사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막을 내렸다. 이어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미국처럼 ‘365일 국회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상임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입법 청문회)의 경우 상임위 제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상임위가 청문회를 열 수 있었다. 국회법 개정안은 여기에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 심사나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상임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렇게 됨으로써 국회 전체 차원이 아니라 상임위 단독으로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됐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대통령이 이를 공포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송된 날부터 15일(6월 7일) 이내에 법률안을 공포하거나, 국회에 다시 심의(재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하기를 요청하는 것을 ‘법률안 거부권’이라고 한다. 거부권은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3권 분립 장치의 하나다. 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이다.
“‘365일 정쟁’ 될 것” vs “일하는 국회 계기”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다면 본회의에서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통과될 수 없었다. 하지만 몇몇 의원이 야당에 동조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통과됐다. 뒤늦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도 “헌법은 (국회에) 국정조사, 국정감사라는 기능을 입법권 외에 부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에 나와 있는 ‘중요한 안건’에 대한 청문회는 헌법에 위임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는데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하는 청문회는 그냥 상임위에서 의결하면 된다”며 “19대 국회처럼 정치쟁점화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할지 말지를 고심 중이다.
왜 여당과 정부가 ‘상시 청문회법’을 반대하고 있는 걸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국회가 그동안 보여온 행태에 있다. 미국의 청문회는 현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점검을 통해 갈등을 치유해 사회를 통합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킨 수단이다. 반면 우리 국회에 청문회는 ‘전형적인 갑질’ 수단에 불과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기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 더해 ‘365일 청문회법’까지 도입할 경우 국정 마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조사에 합의해 개최한 청문회나 국무총리 등의 인사 청문회 때 보여준 모습이 근거다. 실제로 매년 국정감사 때는 상임위별로 100여명씩 증인으로 하루 종일 불러 놓고 질의는 5분에 그친 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되풀이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과 사회 현안이 청문회 대상이 되면 공무원의 업무가 폭증하고, 수시로 국회로 불려나가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개인 신상털기에 집중할 뿐 후보자의 정책과 주요 이슈에 대해선 거의 질의가 없었다.
민간 기업인도 청문회를 피해갈 수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인데도 민간 기업인이 무더기로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이제 연중 청문회 증인·참고인으로도 불려다녀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美 정책 현안과 증언 듣는 게 핵심
국회개혁자문위원을 지낸 황정근 변호사는 “상시 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려면 증인·참고인을 불러낸 뒤 마치 죄인처럼 호통치는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우리 국회는 선진국에는 없는 국정감사 제도를 통해 행정부를 집중 견제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이 아니라 모든 상임위에서 수시로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위헌 소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각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가 주최하는 청문회 일정이 빼곡하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정치 토양이 달라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우리 현실에 맞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논란의 핵심은 결국 ‘국회에 대한 불신’이다. 국회 스스로 ‘폭주하는 의회 권력’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기 전까지 상시 청문회는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국회 ‘상시 청문회법’ 논란
국회는 23일 상임위원회 차원의 ‘상시 청문회’가 핵심인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법률로 공포할지, 아니면 재의 요구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행정부나 잘 운영하시지 왜 국회를 운영하는 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느니 뭐니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월24일 한국경제신문
청문회란?
청문회(Hearing)란 말 그대로 의회(국회)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관계자나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자리다. 청문회의 목적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안에 대해 사실 관계와 인과 관계를 파악하고 △국가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문회는 어떤 목적에서 여느냐에 따라 다양하다. 먼저 법을 만들기 위해 이해관계자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입법 청문회가 있다. 입법 청문회에선 때론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끼리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나라에 따라선 정부가 총리, 장관 등을 임명할 때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의회가 후보자들이 과연 그 자리에 적합한 능력과 도덕성 등을 갖추고 있는지를 따지는 게 인사 청문회다. 이 밖에 전기값이나 가스값 폭등 등 정책 현안을 질의하는 정책 청문회, 고위공직자와 정부 부처의 비리를 조사하는 조사 청문회 등이 있다. 청문회는 의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수단의 하나로 꼽힌다.
“상임위 결정만으로 청문회 개최 가능”
19대 국회는 경제활성화 법안은 내팽개쳐 둔 채 지난 19일 미국처럼 상임위·소위원회가 각종 현안조사 청문회를 열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막을 내렸다. 이어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미국처럼 ‘365일 국회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상임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 △법률안 심사를 위한 청문회(입법 청문회)의 경우 상임위 제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상임위가 청문회를 열 수 있었다. 국회법 개정안은 여기에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 심사나 소관 현안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상임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이렇게 됨으로써 국회 전체 차원이 아니라 상임위 단독으로 상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됐다.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대통령이 이를 공포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이송된 날부터 15일(6월 7일) 이내에 법률안을 공포하거나, 국회에 다시 심의(재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재의하기를 요청하는 것을 ‘법률안 거부권’이라고 한다. 거부권은 행정부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3권 분립 장치의 하나다. 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이다.
“‘365일 정쟁’ 될 것” vs “일하는 국회 계기”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다면 본회의에서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통과될 수 없었다. 하지만 몇몇 의원이 야당에 동조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통과됐다. 뒤늦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도 “헌법은 (국회에) 국정조사, 국정감사라는 기능을 입법권 외에 부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에 나와 있는 ‘중요한 안건’에 대한 청문회는 헌법에 위임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했는데 국회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임위에서 하는 청문회는 그냥 상임위에서 의결하면 된다”며 “19대 국회처럼 정치쟁점화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할지 말지를 고심 중이다.
왜 여당과 정부가 ‘상시 청문회법’을 반대하고 있는 걸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 국회가 그동안 보여온 행태에 있다. 미국의 청문회는 현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점검을 통해 갈등을 치유해 사회를 통합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킨 수단이다. 반면 우리 국회에 청문회는 ‘전형적인 갑질’ 수단에 불과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기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에 더해 ‘365일 청문회법’까지 도입할 경우 국정 마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조사에 합의해 개최한 청문회나 국무총리 등의 인사 청문회 때 보여준 모습이 근거다. 실제로 매년 국정감사 때는 상임위별로 100여명씩 증인으로 하루 종일 불러 놓고 질의는 5분에 그친 의원들의 ‘갑질’ 행태가 되풀이됐다.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과 사회 현안이 청문회 대상이 되면 공무원의 업무가 폭증하고, 수시로 국회로 불려나가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도 개인 신상털기에 집중할 뿐 후보자의 정책과 주요 이슈에 대해선 거의 질의가 없었다.
민간 기업인도 청문회를 피해갈 수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인데도 민간 기업인이 무더기로 증인으로 채택됐다”며 “이제 연중 청문회 증인·참고인으로도 불려다녀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美 정책 현안과 증언 듣는 게 핵심
국회개혁자문위원을 지낸 황정근 변호사는 “상시 청문회 제도를 도입하려면 증인·참고인을 불러낸 뒤 마치 죄인처럼 호통치는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우리 국회는 선진국에는 없는 국정감사 제도를 통해 행정부를 집중 견제하고 있다”며 “국회 차원이 아니라 모든 상임위에서 수시로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헌법적으로 위헌 소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미 의회는 각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가 주최하는 청문회 일정이 빼곡하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정치 토양이 달라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한다고 해서 우리 현실에 맞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논란의 핵심은 결국 ‘국회에 대한 불신’이다. 국회 스스로 ‘폭주하는 의회 권력’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기 전까지 상시 청문회는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국회 ‘상시 청문회법’ 논란
국회는 23일 상임위원회 차원의 ‘상시 청문회’가 핵심인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했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법률로 공포할지, 아니면 재의 요구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행정부나 잘 운영하시지 왜 국회를 운영하는 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느니 뭐니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5월24일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