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숨은 경제 이야기] 선물을 주고 받는 풍습에 숨은 경제원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연말연시는 전 세계 어디서나 연말 연시 선물로 인해 최대의 쇼핑 시즌이다. 선물(膳物)의 선(膳)자는 제사를 위한 고기를 뜻한다고 한다. 제사 때 사용하는 고기는 가장 신선한 고기를 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은 고기를 선조들은 주변 사람, 친척,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할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어원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선물은 감사와 사랑의 의미를 전달하는 오래된 방식이었다. 오늘날에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기 위해 혹은 한 해 동안의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혹은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연말연시는 언제나 선물을 산다.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표는 한결같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선물에 크게 만족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즉, 투여 비용 대비 얻게 되는 효용이 극대화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경제학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목표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 선물을 그리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리 잘 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직접 고르는 물건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물한 물건을 다른 걸로 바꾸면 안 되냐는 소리까지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경제학자인 조엘 왈드포겔 박사는 미국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어떠한 만족을 느끼는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당 선물의 시장가치보다 10~33% 정도의 사중손실(死重損失·deadweight loss)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 100달러짜리 선물을 받을 경우 그 선물로 인해 누리는 효용은 67~90달러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조사 결과는 선물이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필요한 물건 갖고 싶은 물건을 전달하여 감사의 인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데 있어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 때 선물보다는 현금이 투여 대비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굳이 선물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감사의 인사 내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기 위한 경제학자들의 시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맨큐 교수의 경우 신호 보내기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통해 선물의 유효함을 제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랑하는 연인에게 현금을 주는 것보다 선물을 하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신호 보내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선물을 할 경우, 선물을 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는 사실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선물을 받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었는지를 선물의 내용과 성격을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한번도 말한 적이 없었지만, 꼭 필요한 물건을 사온 남자친구, 혹은 한번 스쳐지나가는 말로 한 것을 기억하고 해당 물건을 선물한 남자친구 등 이러한 경우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연인의 마음은 단순히 현금을 제시한 연인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 이점에 맨큐는 주목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부모님께서 연말연시 선물로 현금으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맨큐의 언급이 클린 것인가?
이 경우 역시 충분히 설명가능하다. 부모님이나 아내 등은 이미 정서적인 감정 상태 자신에 대한 마음 등이 명확히 확인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굳이 선물을 통해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는 선물에 기대하는 바가 선물 자체로 이한 효용 극대화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사서 효용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현금을 선물로 선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접대성 선물에 대해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물이 항상 순수한 의미에서 전달되는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모리스 알레는 선물이라는 것은 당장 이익을 발생이 아니라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전달되는 것으로 ‘지연된 교환가치’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미래 이익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대성 선물에는 감정적, 정서적 교감이 아니라 거래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위해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권을 위해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이 연말 사은 행사로 고객들에게 선물을 주는 경우 또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일견 이러한 상황에서는 감정적인 측면보다 효율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기 때문에 선물로 현금을 주고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선물이 보다 유용한 방식이다.
그것은 각 개별경제주체가 경제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윤극대화가 아니라 효용(만족)극대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련의 경제행위를 통해 달성하고자 는 내용은 단순히 물질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정서적 측면까지 모두 고려하여 가장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는 선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금이 아닌 선물 자체가 내포할 수 있는 비효율성보다 그 선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서적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에 접대성 선물에 있어서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물질적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추가적인 편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백을 사는 이유 역시 정서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행위이며, 회사 내부 직원들이 비 물질적 보상인 승진 내지 표창 등에 고무되는 이유 역시 정서적인 측면을 우리가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쉽게 엿볼 수 있다.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함에 있어서도 정서적인 측면 또한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으로 인해 접대성 선물 역시 현금일 수 없는 것이다.
일견 현금보다 비합리적인 방식인 듯한 선물 속에도 이처럼 합리성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많은 사람들이 선물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목표는 한결같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선물에 크게 만족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즉, 투여 비용 대비 얻게 되는 효용이 극대화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경제학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목표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 선물을 그리 합리적인 방식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리 잘 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직접 고르는 물건만큼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선물한 물건을 다른 걸로 바꾸면 안 되냐는 소리까지 듣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경제학자인 조엘 왈드포겔 박사는 미국 예일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어떠한 만족을 느끼는지에 대해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이 해당 선물의 시장가치보다 10~33% 정도의 사중손실(死重損失·deadweight loss)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 100달러짜리 선물을 받을 경우 그 선물로 인해 누리는 효용은 67~90달러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조사 결과는 선물이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필요한 물건 갖고 싶은 물건을 전달하여 감사의 인사를 표현하고자 하는 데 있어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 때 선물보다는 현금이 투여 대비 효용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굳이 선물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감사의 인사 내지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기 위한 경제학자들의 시도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맨큐 교수의 경우 신호 보내기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통해 선물의 유효함을 제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랑하는 연인에게 현금을 주는 것보다 선물을 하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신호 보내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선물을 할 경우, 선물을 사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는 사실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선물을 받는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었는지를 선물의 내용과 성격을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한번도 말한 적이 없었지만, 꼭 필요한 물건을 사온 남자친구, 혹은 한번 스쳐지나가는 말로 한 것을 기억하고 해당 물건을 선물한 남자친구 등 이러한 경우 남자친구를 바라보는 연인의 마음은 단순히 현금을 제시한 연인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 이점에 맨큐는 주목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부모님께서 연말연시 선물로 현금으로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맨큐의 언급이 클린 것인가?
이 경우 역시 충분히 설명가능하다. 부모님이나 아내 등은 이미 정서적인 감정 상태 자신에 대한 마음 등이 명확히 확인된 사람들이다. 따라서 굳이 선물을 통해서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는 선물에 기대하는 바가 선물 자체로 이한 효용 극대화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따라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사서 효용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현금을 선물로 선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접대성 선물에 대해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물이 항상 순수한 의미에서 전달되는 것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모리스 알레는 선물이라는 것은 당장 이익을 발생이 아니라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이익을 위해 전달되는 것으로 ‘지연된 교환가치’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미래 이익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대성 선물에는 감정적, 정서적 교감이 아니라 거래적, 상호 호혜적 관계를 위해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권을 위해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특정 기업이 연말 사은 행사로 고객들에게 선물을 주는 경우 또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일견 이러한 상황에서는 감정적인 측면보다 효율성이 더욱 강조될 수 있기 때문에 선물로 현금을 주고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선물이 보다 유용한 방식이다.
그것은 각 개별경제주체가 경제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윤극대화가 아니라 효용(만족)극대화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일련의 경제행위를 통해 달성하고자 는 내용은 단순히 물질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정서적 측면까지 모두 고려하여 가장 높은 만족감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는 선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금이 아닌 선물 자체가 내포할 수 있는 비효율성보다 그 선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서적 만족감이 더 크기 때문에 접대성 선물에 있어서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물질적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추가적인 편익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백을 사는 이유 역시 정서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행위이며, 회사 내부 직원들이 비 물질적 보상인 승진 내지 표창 등에 고무되는 이유 역시 정서적인 측면을 우리가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쉽게 엿볼 수 있다.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함에 있어서도 정서적인 측면 또한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으로 인해 접대성 선물 역시 현금일 수 없는 것이다.
일견 현금보다 비합리적인 방식인 듯한 선물 속에도 이처럼 합리성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