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달팽이 도박'에 빠져 500만원 잃고 전교 5등서 낙제생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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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 문자에 낚인 고교생의 비극
젊은 층 유혹하는 불법 도박
무료 사이버 머니로 사이트 홍보
다 쓰면 쿠폰 주며 재참여 유도…사다리·달팽이 게임 이용자 많아
1분기 검거건수 2875건, 5배 늘어…절도·살인 등 2차 범죄 우려도
젊은 층 유혹하는 불법 도박
무료 사이버 머니로 사이트 홍보
다 쓰면 쿠폰 주며 재참여 유도…사다리·달팽이 게임 이용자 많아
1분기 검거건수 2875건, 5배 늘어…절도·살인 등 2차 범죄 우려도
취업 준비생 김모씨(25)는 ‘도박 중독’ 진단을 받고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거듭된 취직 실패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댄 게 화근이었다. 그가 빠진 도박은 ‘사다리 게임’. 5분마다 홀이나 짝 하나에 베팅한 뒤 사다리 타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복불복’ 게임이다. 처음에는 돈을 벌었다. 5만원으로 베팅을 시작해 한 시간 만에 300만원을 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돈을 잃는 일이 많아졌고 여윳돈은 금세 동났다. 김씨는 돈을 구하기 위해 휴대폰 등 중고물품을 내다 팔았고 대부업체에서 800만원을 빌렸다가 모두 탕진했다.
2030 중독 심각 … 청소년도 급증
불법 사이버 도박의 늪에 빠진 젊은 층이 늘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도박 검거 건수는 올해 1분기에만 2875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37건)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사이버 도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경찰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사이버도박 100일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총 6240건을 적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빠진 도박 중독자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100일 집중단속 기간에 검거한 1601명 중 1330명(83%)이 20~30대였다.
도박에 중독된 10대 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 대부분은 성인인증 없이 간단한 이메일 주소와 은행 계좌만 있으면 접속이 가능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 문제를 갖고 있는 ‘문제군’에 속하는 전국 중·고교생은 3만여명에 이른다.
센터 관계자는 “전교 5등을 하던 고등학생이 달팽이 게임에 빠져 500만원을 잃고 성적이 뚝 떨어져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며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다니는 것을 부모는 물론 담임교사도 까맣게 몰랐다”고 전했다.
호기심에 한번 해봤다가 …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유혹은 통상 ‘스팸 문자’로 시작된다. 도박사이트 주소를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뿌리는 방식이다. 문자에는 보통 ‘이벤트 5만점’ ‘포인트·마일리지 제공’ 등의 내용이 써 있다. 접속만 하면 돈을 내지 않고도 게임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호기심으로 게임을 맛본 사람들에게 상담직원이 전화를 걸어 “게임머니를 추가로 넣어 주겠다” “게임을 하면 피자·아이스크림 주문 쿠폰을 준다”는 식으로 재참여를 유도한다. 도박 사이트가 지정한 계좌에 돈을 넣고 게임을 하다보면 순식간에 중독자가 된다.
불법 사이버 도박은 바카라나 포커 등 카지노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2년여 전부터는 사다리 게임이나 달팽이 게임과 같이 별다른 전략 없이 짧은 시간에 돈을 걸고 결과를 확인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달팽이 게임에서는 달팽이 세 마리 중 목표지점에 먼저 골인하는 달팽이에 건 사람이 이긴다. 달팽이와 사다리 게임이 5분마다 진행되는 게임 사이트가 별도로 있다. 이 사이트엔 실시간 이용자가 3만명이 넘는다. 이 사이트의 게임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위성 도박 사이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포츠 게임 결과를 예측하는 불법 도박도 늘어났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뿐만 아니라 하키 경마 e스포츠(스타크래프트)에도 베팅할 수 있다.
도박 중독이 2차 범죄로 이어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사기는 물론 살인 등 강력 범죄까지 저지르는 중독자도 있다. 사이버범죄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은 2차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무료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현혹하는 도박사이트 광고에 속는 순간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2월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 ‘가수 빅뱅 콘서트 표를 양도한다’는 글을 올린 뒤 도박 사이트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한 김모군(15)을 붙잡아 소년보호시설로 보냈다. 도박에 빠져 친족을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모씨(25)는 지난해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독극물을 탄 음료수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인터넷 도박에 빠져 2억7000만원을 잃은 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도박 관련 처벌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경찰은 지난 2월 일본에 서버를 두고 4년간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5600억원을 챙긴 15명에 대해 도박장 개장 혐의 및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자 중심의 처벌에서 벗어나 도박을 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3회 이상 전력이 있으면 구속한다.
김동현/박상용 기자 3code@hankyung.com
2030 중독 심각 … 청소년도 급증
불법 사이버 도박의 늪에 빠진 젊은 층이 늘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도박 검거 건수는 올해 1분기에만 2875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37건)의 5배가 넘는 수치다. 사이버 도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경찰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사이버도박 100일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총 6240건을 적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빠진 도박 중독자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이 100일 집중단속 기간에 검거한 1601명 중 1330명(83%)이 20~30대였다.
도박에 중독된 10대 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법 도박 사이트 대부분은 성인인증 없이 간단한 이메일 주소와 은행 계좌만 있으면 접속이 가능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 문제를 갖고 있는 ‘문제군’에 속하는 전국 중·고교생은 3만여명에 이른다.
센터 관계자는 “전교 5등을 하던 고등학생이 달팽이 게임에 빠져 500만원을 잃고 성적이 뚝 떨어져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며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다니는 것을 부모는 물론 담임교사도 까맣게 몰랐다”고 전했다.
호기심에 한번 해봤다가 …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이버 도박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유혹은 통상 ‘스팸 문자’로 시작된다. 도박사이트 주소를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뿌리는 방식이다. 문자에는 보통 ‘이벤트 5만점’ ‘포인트·마일리지 제공’ 등의 내용이 써 있다. 접속만 하면 돈을 내지 않고도 게임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호기심으로 게임을 맛본 사람들에게 상담직원이 전화를 걸어 “게임머니를 추가로 넣어 주겠다” “게임을 하면 피자·아이스크림 주문 쿠폰을 준다”는 식으로 재참여를 유도한다. 도박 사이트가 지정한 계좌에 돈을 넣고 게임을 하다보면 순식간에 중독자가 된다.
불법 사이버 도박은 바카라나 포커 등 카지노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니다. 2년여 전부터는 사다리 게임이나 달팽이 게임과 같이 별다른 전략 없이 짧은 시간에 돈을 걸고 결과를 확인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달팽이 게임에서는 달팽이 세 마리 중 목표지점에 먼저 골인하는 달팽이에 건 사람이 이긴다. 달팽이와 사다리 게임이 5분마다 진행되는 게임 사이트가 별도로 있다. 이 사이트엔 실시간 이용자가 3만명이 넘는다. 이 사이트의 게임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위성 도박 사이트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스포츠 게임 결과를 예측하는 불법 도박도 늘어났다. 축구 야구 농구 등 인기 스포츠뿐만 아니라 하키 경마 e스포츠(스타크래프트)에도 베팅할 수 있다.
도박 중독이 2차 범죄로 이어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사기는 물론 살인 등 강력 범죄까지 저지르는 중독자도 있다. 사이버범죄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은 2차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무료로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현혹하는 도박사이트 광고에 속는 순간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2월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 ‘가수 빅뱅 콘서트 표를 양도한다’는 글을 올린 뒤 도박 사이트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한 김모군(15)을 붙잡아 소년보호시설로 보냈다. 도박에 빠져 친족을 살해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모씨(25)는 지난해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아버지와 여동생에게 독극물을 탄 음료수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인터넷 도박에 빠져 2억7000만원을 잃은 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도박 관련 처벌은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경찰은 지난 2월 일본에 서버를 두고 4년간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5600억원을 챙긴 15명에 대해 도박장 개장 혐의 및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자 중심의 처벌에서 벗어나 도박을 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3회 이상 전력이 있으면 구속한다.
김동현/박상용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