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원·인제대 '부패 재단' 오명 벗었다
인제대와 백병원을 운영하는 인제학원이 1년여 만에 ‘부패 재단’이란 오명을 벗게 됐다. 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 등이 부산 해운대백병원 내 식당 운영을 저가에 특정 업체에 맡겨 인제학원에 약 186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교육부 감사 내용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끝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과잉감사에 대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무리한’ 교육부 감사

부산지방검찰청은 29일 교육부가 수사 의뢰한 인제학원의 감사 결과(총 14건)에 대해 “혐의가 없거나 범죄 사실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전체 무혐의 처분했다. 인제학원은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김영란 전 대법관이 2013년부터 약 2년간 이사로 있던 곳이어서 2014년 5월 교육부 고발 당시 큰 관심을 끌었다.

백병원·인제대 '부패 재단' 오명 벗었다
교육부는 인제학원을 대상으로 보름여간 회계감사를 벌인 뒤 설립자 가족이 재단에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 백 전 이사장(2014년 2월 퇴임)과 당시 부이사장이던 백수경 현 이사 부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과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제학원 이사회가 2010년 3월 인제학원의 다섯 번째 병원인 해운대백병원을 개원하면서 설립자 가족이 최대주주인 (주)인석에 식당 운영을 수의계약 형태로 저가에 맡긴 게 발단이 됐다. 당시 계약으로 재단에 177억원가량의 손실을 끼쳤고, 일산백병원 푸드코트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 총 186억원의 경영손실을 입혔다는 게 교육부 감사 결과였다. 백 전 이사장 측은 “문을 연 병원에 120억원의 보증금을 내고 인테리어 비용(20억원)까지 감당하며 식당 운영을 맡을 곳은 없었다”며 “개원 과정에서 채무가 늘어난 인제학원을 돕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지만 교육부는 고발을 강행했다.

1년여의 수사 끝에 부산지검은 설립자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가 추정한 손실액에 대해서도 ‘장례용품 판매를 겸해 평당 매출이 월등히 높은 서울상계백병원 식당과 신설 병원인 해운대백병원 식당 매출을 비교해 손실을 계산한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주)인석은 5년간의 식당 운영 끝에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재계약을 포기했다.

○“병원재산 활용 교육부 허가 불필요”

인제학원이 교육부 허가 없이 병원 의료기기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한 것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교육부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부산지검은 동의하지 않았다. ‘의료장비는 (교육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병원의 보통재산인 만큼 허가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제학원은 해운대백병원을 개원하면서 자금이 필요하자 세일앤드리스백(판매 후 임차) 방식을 통해 290억원을 마련했다. 사립학교법 제73조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은 기본재산을 팔거나 이를 활용해 대출받을 때 교육부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법원의 판결은 아니지만 학교법인에 속한 병원의 의료장비를 보통재산으로 분류한 판단이 나옴에 따라 다른 대학병원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가톨릭대학병원이 최근 의료기기를 활용해 100억원가량을 조달하는 등 세일앤드리스백은 대학병원의 일반적인 경영기법”이라고 말했다. 인제학원 사례는 교육부가 관련 법을 무리하게 해석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무리하게 감사를 한 데엔 병원 부실이 사립대 재단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 수가가 오르지 않아 서울의 대형 대학병원조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백 이사는 이에 대해 “해운대백병원은 20년간 운영한 뒤 부산시에 기부채납할 때까지 수익을 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교육부의 부실감사로 사립대 재단과 설립자 가족이 치명적인 명예훼손 피해를 입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