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300여 단체 명의로 ‘재벌이 문제야! 재벌이 책임져!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지난 21~27일을 공동행동 주간으로 정해 전경련회관과 현대자동차 본사 등을 찾아다니며 정치 집회를 벌였다. 서울 강남역, 명동 등을 돌면서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등을 외치기도 했다. 또 옥시를 비호했다며 광화문 김앤장 사무실로 몰려가는가 하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악의 갑질 시민판정단 온라인 투표’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노동계의 이 같은 투쟁은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노조조직률이 10.3%에 불과한 데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만 지킨다는 이유로 ‘귀족 노조’로 지탄받아온 노동계가 ‘반재벌’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물론 경기 침체, 실업문제 등을 모두 대기업그룹 책임으로 몰아가고 재벌개혁을 정치 이슈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산하 조합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중소상인단체, 청년단체 등을 끌어들여 ‘재벌책임 공동연대’를 조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재벌’을 기치로 삼아 이달부터 세를 결집하고, 6월에는 ‘조선산업 노조 확대간부 상경 투쟁’과 최저임금 이슈로 이어간 뒤 7월에 총파업으로 간다는 전략을 착착 추진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글로벌 경기 부진, 중국의 성장 둔화, 유가 불안 등 대외 요인 때문이란 건 누구라도 잘 안다. 내수 부진 역시 기업도 함께 겪는 고통이다. 문제는 이 뜬금없는 ‘반재벌’ ‘반기업’ 같은 선동적인 프레임이 대중에게 먹혀든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소야대 정국에서 친노동적인 야당이 가세해 정치 이슈화한다면 나라 경제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 같이 죽자는 죽음의 선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