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택과 집중으로 국가R&D 혁신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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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도달한 추격형 혁신전략
강한 리더십 아래 선택과 집중
'오케스트라의 화음' 만들어내야"
이상천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
강한 리더십 아래 선택과 집중
'오케스트라의 화음' 만들어내야"
이상천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
클래식 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보통 60명에서 100명 사이의 연주자와 한 명의 지휘자로 구성된다. 이때 각 파트의 위치는 섬세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현악기를 청중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그 다음 목관악기, 금관악기 순으로 배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가진 독자적 전통, 혹은 작곡자나 지휘자의 의도에 따라 조금씩 배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은 높은 음을 내는 제1 바이올린들과 낮은 음을 내는 제2 바이올린들을 한 데 묶어 배치하는 데 비해, 유럽은 지휘자의 왼편과 오른편에 따로 떼어놓는다. 스피커를 양쪽에 배치하듯 더 입체적인 음향을 조율해내기 위해서다.
각 파트의 배치는 오케스트라의 규모만큼이나 음향의 밸런스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지휘자는 이를 두고 고민과 실험을 거듭한다. 이달 초 청와대에서 처음 열린 과학기술전략회의도 과학기술정책 실행과 관련해 부처 간, 산·학·연 간 의견을 조정하는 지휘자로 이해할 수 있다. 국가 과학기술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적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등 그 역할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닮아서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과학기술계의 염원이었다. 부처별로 난립하던 분야별 계획을 단순히 합친다고 해서 국가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된 화음을 낼 리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명실상부한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제1차 전략회의에서 제시된 연구개발(R&D) 혁신방안의 내용 중 산·학·연 특성에 따른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아젠다에 주목하고 싶다. R&D 투자에 관한 한 한국은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 중 R&D 투자 비율은 이미 1위권이며, 총액으로 따져도 세계 6위 규모의 적지 않은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전폭적 투자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성장의 자양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우리 앞을 막아선 선진국과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쫓는 중국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재정 부담의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투자 확대가 어렵다면 R&D 효율화, 즉 선택과 집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이기는 군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단함을 만들어 적의 가벼움을 상대한다고 했다. 지난 50여년간 국가 근대화를 견인한 추격형 혁신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 추격형에서 선도형 혁신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과학기술의 대상 역시 바꿔놓았다. 과거 먹거리 확보에만 목말랐던 우리 사회는 이제 국민 안전과 복지를 망라하는 삶의 질 향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전략 분야에 대한 집중과 수요자 중심의 R&D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할 수 없는 연구에 대해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이 역할을 분담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R&D 지원을 강화한다 하니 환영할 일이다.
남은 과제는 실천방안이다. 정부가 혁신방안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구할 맛 나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길 주문하고 싶다. 또 연구자들은 R&D 혁신이 다름 아닌 스스로의 몫임을 인지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파트를 맡은 각 혁신 주체들의 역할도 명확해야 한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맡고, 기업은 상용화연구의 중추가 될 때 제대로 된 화음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출연연구소들은 10년 후 시장이 필요로 할 목적성 원천연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적 오케스트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모니란 서로 다른 악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미학이다. 완벽한 화음을 이뤄낼 R&D 혁신은 산·학·연의 경계를 넘어 과학기술계 모두의 사명임을 곱씹어야 할 때다.
이상천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가진 독자적 전통, 혹은 작곡자나 지휘자의 의도에 따라 조금씩 배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은 높은 음을 내는 제1 바이올린들과 낮은 음을 내는 제2 바이올린들을 한 데 묶어 배치하는 데 비해, 유럽은 지휘자의 왼편과 오른편에 따로 떼어놓는다. 스피커를 양쪽에 배치하듯 더 입체적인 음향을 조율해내기 위해서다.
각 파트의 배치는 오케스트라의 규모만큼이나 음향의 밸런스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지휘자는 이를 두고 고민과 실험을 거듭한다. 이달 초 청와대에서 처음 열린 과학기술전략회의도 과학기술정책 실행과 관련해 부처 간, 산·학·연 간 의견을 조정하는 지휘자로 이해할 수 있다. 국가 과학기술의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적 투자 방향을 설정하는 등 그 역할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닮아서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과학기술계의 염원이었다. 부처별로 난립하던 분야별 계획을 단순히 합친다고 해서 국가 혁신 생태계가 제대로 된 화음을 낼 리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명실상부한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제1차 전략회의에서 제시된 연구개발(R&D) 혁신방안의 내용 중 산·학·연 특성에 따른 투자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아젠다에 주목하고 싶다. R&D 투자에 관한 한 한국은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 중 R&D 투자 비율은 이미 1위권이며, 총액으로 따져도 세계 6위 규모의 적지 않은 예산을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같은 전폭적 투자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성장의 자양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우리 앞을 막아선 선진국과 무서운 속도로 뒤를 쫓는 중국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재정 부담의 심화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투자 확대가 어렵다면 R&D 효율화, 즉 선택과 집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에서도 이기는 군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단단함을 만들어 적의 가벼움을 상대한다고 했다. 지난 50여년간 국가 근대화를 견인한 추격형 혁신전략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은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 추격형에서 선도형 혁신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과학기술의 대상 역시 바꿔놓았다. 과거 먹거리 확보에만 목말랐던 우리 사회는 이제 국민 안전과 복지를 망라하는 삶의 질 향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전략 분야에 대한 집중과 수요자 중심의 R&D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할 수 없는 연구에 대해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이 역할을 분담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R&D 지원을 강화한다 하니 환영할 일이다.
남은 과제는 실천방안이다. 정부가 혁신방안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구할 맛 나는 환경 조성에 힘써주길 주문하고 싶다. 또 연구자들은 R&D 혁신이 다름 아닌 스스로의 몫임을 인지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파트를 맡은 각 혁신 주체들의 역할도 명확해야 한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맡고, 기업은 상용화연구의 중추가 될 때 제대로 된 화음을 낼 수 있다. 그리고 출연연구소들은 10년 후 시장이 필요로 할 목적성 원천연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적 오케스트라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하모니란 서로 다른 악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미학이다. 완벽한 화음을 이뤄낼 R&D 혁신은 산·학·연의 경계를 넘어 과학기술계 모두의 사명임을 곱씹어야 할 때다.
이상천 <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