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에 들르지 않고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가 시행된 지 이달로 6개월이 된다.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계좌 개설을 하려면 영업점에 반드시 들러야 했던 금융 풍속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가 처음 시행된 이후 6개월간 서비스 이용자는 15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모바일, 화상통화 등으로 본인 인증을 받아 금융회사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 개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여러 금융서비스를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이용할 수 있었지만, 예금·증권 계좌 개설 등은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25년 가까이 반드시 영업점에 들러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발달로 영업점 방문 없이도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산되자 금융위는 지난해 이 규정을 전격적으로 풀었다. 첫 시행은 지난해 12월1일 은행권부터 시작됐다.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선 올해 2월22일부터 이 서비스가 허용됐다.

6개월간 실적은 괜찮은 편이다. 아직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 이용 폭이 작지만 이용자 수는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먼저 은행권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간 3만1212명이 이용했다. 이 기간 전체 신규 계좌 개설의 0.5%로 아직은 미미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은행 점포가 많아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요가 아직은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인터넷은행 출범 등에 맞춰 은행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어서 갈수록 이용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올 하반기부터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이용 항목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요구불 계좌 개설 등에서만 허용하는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모든 전자금융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요구불 계좌에 이어 하반기 모든 예·적금 계좌를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개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은행권에 비해 증권업계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월22일 서비스가 시작된 지 3개월여 만에 12만7581명이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이 기간 전체 계좌개설 건수의 25%가 비대면 실명확인으로 이뤄졌다. 최근 투자자문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온라인으로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이용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거래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증권사 간 비대면 거래고객 확보 경쟁을 벌인 것도 이용자 급증을 이끌어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증권사, 지방은행, 외국계은행 등도 비대면 방식 거래를 활성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