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연분홍 치마에 쪽빛 저고리가 정갈하다. 곱게 빗어넘긴 은발이 잘 어울린다.

‘재벌가 요리 선생님’으로 알려진 심영순 씨(76·사진)를 서울 옥수동에 있는 심영순요리연구원에서 만났다. 한복이 곱다고 하자 심씨는 “곡선을 살린 전통 한복이 좋다”며 “중국식으로 개량한 옷은 한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맛은 물론 멋에서도 한국 고유의 전통이 훼손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일곱 며느리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가, 정치인 집안 며느리와 딸들이 심씨로부터 요리를 배웠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그중 한 명이다. 처음부터 요리연구가를 꿈꾸지는 않았다. 딸이 다니던 학교 학부모 사이에서 음식 솜씨가 좋다는 입소문이 났다. 강의 요청에 응하며 요리 선생의 길을 걷게 됐다.

심씨는 “전통 한식은 명품 요리”라며 “보석으로 치면 다이아몬드”라고 말했다.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췄다”는 것이다. “재료에 없는 영양소는 양념에 추가해 보완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은 이 땅(한국)에서 난 재료로 만든 한식만 잘 챙겨 먹으면 잔병치레 없이 장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1월 이마트와 손잡고 선보인 한식 양념에도 이런 마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마트는 심씨와 함께 21종의 피코크 한식 양념을 내놨다. 심씨가 유통업체와 협업한 것은 처음이다. 맵고 짜지 않은 심심한 맛이 특징이다. 기존 자체브랜드(PL) 제품에서 볼 수 없던 건강한 맛 덕에 피코크 한식 양념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심씨의 꿈은 “한국의 맛(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도 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