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김민희 "파격마저 한 폭의 그림같은…향이 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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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귀족 상속녀 역…속고 속이는 욕망의 게임
박찬욱 감독 화제작 1일 개봉
박찬욱 감독 화제작 1일 개봉

치열한 욕망의 한복판에 놓인 히데코는 김민희가 ‘화차’(2012년)에서 연기한, 속내를 가늠하기 힘들고 매력적인 여인을 연상시킨다. ‘아가씨’는 지난달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기술상인 벌컨상만 받았다.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김민희를 만났다.

류성희 미술감독은 이 영화의 뛰어난 미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벌컨상을 수상했다. 1930년대 동양적인 느낌의 세트를 창조한 뒤 귀족의 생활양식이 살아있는 아가씨의 방, 한국 전통 가옥을 보는 듯한 하녀들의 공간을 다채롭게 구현했다.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는 “일본과 영국의 건축을 합친 듯한 저택은 타락의 징후마저 보여준다”고 썼다.
‘아가씨’의 최대 관전 포인트인 김민희와 김태리의 동성애 베드신도 파격적이면서 아름답게 표현됐다. 두 배우는 숨소리까지 정교하게 표현하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완성했다.
“베드신이 처음이라 어려웠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대로 따르면 됐죠. 김태리의 데뷔 연기는 너무 좋았습니다. 아마 다음 작품도 굉장히 좋을 것 같고, 좋은 배우로 성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히데코는 숙희한테 언제 마음이 흔들렸을까. “처음에는 ‘이상한 친구네’ 하던 감정이 자꾸 만나면서 미묘하게 발전했나봅니다. 사랑이 어느 한순간에 빠지기는 어렵잖아요.”
일본어로 하는 낭독회 연기도 이색적이다. 히데코는 이모부의 괴상한 취미에 따라 일본 귀족을 모아놓고 음란서적을 낭독한다. 박 감독이 즐겼던 공포 코드가 관능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다. 김민희는 길고 빠른 일본어 대사를 외우는 것은 물론 여유롭게 강약을 조절하며 감정까지 넣어 소화했다.
“낭독회에서 히데코는 스스로 배우가 되죠. 남자 흉내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여성의 목소리를 극대화하는 등 1인 다역을 소화했으니까요. 변화무쌍한 배역이 어렵기보다는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칸영화제에서 5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생소한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그 순간이 기쁘면서도 불안감이 드리웠다고 한다. 레드카펫 행사는 걷는 길이가 짧아 오히려 편했다고 했다. 부산영화제에서 경험해본 터라 별로 낯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민희는 이 작품이 칸에서 수상에 실패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할까.
“정확히 알 수는 없겠죠. 심사위원의 취향이 저마다 다르니까요. 수상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고 충분히 만족했어요.”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