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의도 34배 사유지 보상비만 1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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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원 용도로 묶인 땅, 개발제한 해제 임박…지자체 '비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2020년부터 일몰…효력 상실
개발 압력 높은 땅 보상비만 1조원 필요
복지비 증가로 엄두도 못내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2020년부터 일몰…효력 상실
개발 압력 높은 땅 보상비만 1조원 필요
복지비 증가로 엄두도 못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2020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도로 공원 등 도시개발을 위해 행정적으로 묶어놓은 사유지 개발 제한이 이때부터 잇따라 해제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사전에 계획한 사업을 하려면 보상해주거나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보상에만 수십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들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이후 10년 이상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321배인 931㎢에 달한다.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도시계획을 세웠지만 열악한 재정 형편 탓에 예정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사업예정지는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2020년부터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10년이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효력이 자동 상실되는 일몰제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2년 이런 내용으로 국토계획법을 고쳤다. 각 지자체가 예정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에게서 해당 부지를 사들이거나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일몰제 시행까지 4년도 남지 않았지만 서울시 외 다른 지자체는 장기 미집행 계획시설에 대한 매입이나 보상 재원 마련은커녕 매입비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계획만 잔뜩 세웠을 뿐 자금 조달 방안은 등한시한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복지비 등 당장 들어갈 사업비도 많은데 몇 년 뒤 일을 누가 고민하겠느냐”고 털어놨다. 4년 임기의 지자체장들도 수조원이 들어가는 장기 미집행 계획시설 보상에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등 외면해왔다. “4년 안에 갚아야 할 지자체의 숨겨진 부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선 서울시조차 보상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에서 10년이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98.06㎢로 서울 전체 면적(605.25㎢)의 16.2%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34배다. 공원시설이 94.6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시는 공원시설에 대해 모두 매입하거나 보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면 환경 훼손 및 난개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원시설을 비롯해 장기 미집행 시설 보상에 필요한 서울시 예산은 13조4787억원이다. 2020년까지 보상을 마치려면 매년 3조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 예산 수요를 감안하면 이 같은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접근성이 뛰어나 당장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우선 보상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입할 예산을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시 예산담당 부서에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보상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한 지자체가 알아서 보상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간 마찰도 예상된다.
■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공원 녹지 등 공공시설 건설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벌이지 못한 시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토지 소유자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원래 허용된 용도대로 토지를 이용할 수 없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이후 10년 이상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321배인 931㎢에 달한다.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도시계획을 세웠지만 열악한 재정 형편 탓에 예정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면서 사업예정지는 계속 늘고 있다.
문제는 2020년부터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10년이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효력이 자동 상실되는 일몰제가 시행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인 재산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2년 이런 내용으로 국토계획법을 고쳤다. 각 지자체가 예정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토지 소유자에게서 해당 부지를 사들이거나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일몰제 시행까지 4년도 남지 않았지만 서울시 외 다른 지자체는 장기 미집행 계획시설에 대한 매입이나 보상 재원 마련은커녕 매입비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계획만 잔뜩 세웠을 뿐 자금 조달 방안은 등한시한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복지비 등 당장 들어갈 사업비도 많은데 몇 년 뒤 일을 누가 고민하겠느냐”고 털어놨다. 4년 임기의 지자체장들도 수조원이 들어가는 장기 미집행 계획시설 보상에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등 외면해왔다. “4년 안에 갚아야 할 지자체의 숨겨진 부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대책 마련에 나선 서울시조차 보상 계획이 제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서울에서 10년이 지난 장기 미집행 시설은 98.06㎢로 서울 전체 면적(605.25㎢)의 16.2%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34배다. 공원시설이 94.62㎢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서울시는 공원시설에 대해 모두 매입하거나 보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되면 환경 훼손 및 난개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원시설을 비롯해 장기 미집행 시설 보상에 필요한 서울시 예산은 13조4787억원이다. 2020년까지 보상을 마치려면 매년 3조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복지 예산 수요를 감안하면 이 같은 예산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접근성이 뛰어나 당장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우선 보상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입할 예산을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마저도 시 예산담당 부서에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보상에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도시계획시설을 지정한 지자체가 알아서 보상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간 마찰도 예상된다.
■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 공원 녹지 등 공공시설 건설을 위해 고시한 도시계획시설 중 10년 이상 사업을 벌이지 못한 시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해당 토지 소유자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원래 허용된 용도대로 토지를 이용할 수 없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