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이소연(32·사진)은 국립창극단 ‘아이돌’로 통한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선 남심(男心)을 홀리는 ‘팜파탈’ 옹녀로, 뮤지컬 ‘아리랑’에서는 오빠를 그리워하는 옥비를 애절하게 그려내며 창(唱)의 매력을 알렸다. 소리는 물론 동양적인 외모, 섬세하고 깨알 같은 연기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4월에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로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초청 공연까지 다녀왔다.

이소연이 애교 넘치는 기생 역으로 무대에 돌아온다. 오는 15~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배비장전’에서 ‘애랑’ 역을 맡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말맛’이 중요한 작품인데, 외국인들도 그걸 잘 이해할지 궁금했어요. 근데 공연 시작 3분 만에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옹녀가 ‘상부살(喪夫煞)’에 대해 읊는 부분이었어요. ‘너희들 들어왔구나’ 싶어서 더 신나게 연기했죠.”

그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 제대로 풀리지도 않은 목으로 공연한 뒤 ‘이제 어디서도 공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소연은 소리꾼이지만 ‘연기력’도 뛰어나다. 광주에 기반을 둔 극단 푸른연극마을에서 연기를 배운 덕분이다. “무대에서 늘 짝다리를 짚고 서 있었어요. 연기도 할 줄 몰랐고, 대사 처리도 어려웠죠. 그래도 연극을 하면서 배운 기본기가 창극에 큰 도움이 됐어요.”

서울에 와서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에서 작창을 하는 등 창작 작업에 매진했다. 그러다 자신의 ‘뿌리’인 소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겠다는 생각에 2013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송순섭 선생님에게 소리를 배울 때 ‘천하의 좋은 악기도 판소리에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산으로 가면 쑥국 쑥국~’ 하는 대목에선 저 새소리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음을 넣은 것이잖아요. 판소리는 어떻게 하면 소리에 담긴 말, 의미를 잘 전달할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어요.”

‘배비장전’에선 또 한 번 ‘팜파탈’을 연기한다. “속없는 뭇 사내를 다 뜯어내는 매력이 넘치는 여인이에요. 부임하는 양반 모두 애랑이에게 빠져서 제주를 떠날 때는 싹 털리고 나가죠. 표정 연기가 정말 중요해요. 배비장을 만나기 전 정 비장을 빼어먹는 장면이 있어요. ‘이것만 주고 가세요’라고 말하며 가짜로 우는 척 연기도 하다가, 꼬여도 봤다가, 유혹도 했다가 순간순간 팔색조의 매력을 펼쳐내야 해요.”

지난해 뮤지컬 ‘아리랑’에서 옥비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덕분에 그를 보기 위해 창극을 찾는 관객도 늘었다. “뮤지컬 ‘아리랑’을 할 때 참 부럽고 서럽기도 했어요. 뮤지컬은 ‘쇼케이스만 해도 수백명의 관객이 찾아오는데, 판소리나 창극은 정말 꿈도 못 꾸거든요. 그래도 지금처럼 조금씩 조금씩, 재밌는 창극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사람들 덕분에 소리할 맛이 나는 것 같아요, 하하.”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