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시계 제로' 미세먼지 대책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난리법석이다. 거의 매일같이 희뿌연 하늘을 보고 있자면 마스크 없이 다니다간 곧 무슨 병이라도 걸릴 듯한 느낌이다. 연일 ‘나쁨’ ‘매우 나쁨’을 반복하는 미세먼지 예보는 이런 공포를 부추긴다. 더욱 짜증나게 만드는 건 정부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사실 전달과 해결책 제시로 불안을 덜어줘야 하는 게 정부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담당부처라는 환경부가 앞장서 갈팡질팡 우왕좌왕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더욱 헷갈린다.

고등어 이불…미세먼지 주범?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지시 후 환경부는 경유 소비 억제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휘발유보다 싼 경유값을 올려 경유차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것 같다. 경유차 소유자들은 물론 자동차업계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경유차=친환경차’라는 인식을 심어 놓은 게 정부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한마디 해명도 없이 180도 입장을 바꿔 ‘경유차=공해차’로 지목하며 소비를 억제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무엇인지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2012년 국립환경과학원 발표 자료는 중국 등 외부 유입량이 전체의 30~50%이고 나머지는 국내 화력발전소, 자동차, 산업시설 등에서 나온다고 돼 있다. 이에 따르면 경유차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 경유로 인한 미세먼지는 10%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일각에서는 화력발전이야말로 주범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정부의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공사장, 소각장, 나대지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전체의 82.5%를 차지한다. 도대체 어느 게 맞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와중에 고등어까지 등장했다. 환경부는 고등어 삼겹살 등의 연소에 따른 초미세먼지 배출이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원의 15.6%를 차지한다고 발표해 음식점은 물론 국민 대다수를 경악하게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미세먼지가 비흡연 주부 폐암 발생의 주원인이라며 공포감을 조장한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누구는 주방 환기를 잘하면 별 문제 없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뚜껑을 덮고 요리하면 괜찮다는 얘기도 한다. 환기를 통해 외부로 배출된 미세먼지는 또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미세먼지의 기도 흡입은 위험하지만 고등어 등 음식에 묻은 것은 먹어도 괜찮다는 건지 온통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런가 하면 미세먼지가 호흡기질환 외에 고혈압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국민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질 지경이다. 심지어 이불과 카펫, 에어컨의 미세먼지도 심각하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이쯤 되면 미세먼지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다.

정부가 앞장서 혼란 부추겨

이 모든 혼란을 교통정리해야 할 환경부지만 오히려 앞장서서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혹시 모를 책임 추궁을 의식해서인지 의심이 갈 만한 것은 모두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경고장부터 남발하고 보는 식이다. 여기에 서울시까지 가세해 경기 인천을 오가는 경유버스 1700대를 퇴출시키겠다고 으름장이다. 하지만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발생량이 제주·백령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조사도 있다.

시간이 걸리고 조금 더 욕을 먹더라도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효과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 같은 중구난방식 대응으론 ‘백년공청(百年空淸)’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