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굴기' 생태계 구축…한국 중소 장비업체가 맡는다
중국 반도체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반도체 소재 및 장비업체부터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업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터치컨트롤칩을 생산하는 팹리스 업체 리딩유아이는 지난달 처음으로 중국 수출을 시작했다. 송우석 리딩유아이 대표는 “중국의 반도체 및 전자회사가 성장하고 있어 그쪽에서 활로를 찾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산설비를 세척하는 장비업체 코미코도 올 들어 중국 현지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박윤수 코미코 부사장은 “중국 우시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반도체 업체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며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인 SMIC 등의 생산량이 적어 아직 수익이 많이 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 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어 곧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월엔 스마트폰용 반도체업체 멜파스가 중국에서 18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멜파스 측은 “중국 현지기업과 협업해 매출을 늘리며 중국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중국 반도체 시장 규모는 1035억달러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36%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반도체 공장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반도체 리서치업체 넷트러스트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중국에서 발표된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은 7건이었다. 전체 투자예정 규모는 659억달러(약 75조원)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라인 투자액(15조6000억원)의 5배 규모다.

신봉화 넷트러스트 사장은 “한국 반도체 업계가 과거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내 장비업체들은 중국에서 시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매출의 26%를 차지한 중국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2016회계연도(2016년 2월~2017년 1월) 1분기(2~4월)에 15년래 최고 수준의 신규 장비 수주를 기록했다.

오탁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이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장비나 부품, 소재산업의 생태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며 “중국의 반도체 기업 육성은 한국 부품업체에 새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