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홍 전 기아 회장 아들 김명식 교수 과학상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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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상 시상식 - 오준호·래리 곽·황동규·김현수·조순실 씨 등 동반 수상
국내 첫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 오준호 교수 공학상 수상
만찬 대신 조성진 씨 피아노 연주…수상자에게 3억원 상금
국내 첫 인간형 로봇 '휴보' 개발 오준호 교수 공학상 수상
만찬 대신 조성진 씨 피아노 연주…수상자에게 3억원 상금
“감사할 분이 여러분 있지만 딱 한 분만 꼽으려 합니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들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1일 호암상 과학상을 받은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의 수상 소감에 팔순이 넘은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일인가” 하며 애써 태연해하던 노(老)기업인은 아들의 영예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오준호 KAIST 교수(공학상) △래리 곽 미국 시티오브호프병원 교수(의학상) △황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예술상) △김현수 조순실 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사회봉사상) 등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無사교육으로 키운 세계적 석학
김 교수는 현대물리학의 주류로 부상한 양자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양자광학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 기초 이론과 양자컴퓨터 연구분야를 선도한 공을 인정받아 호암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아버지는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는 “지금 나의 90%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일로 바쁘셨지만 당신의 삶 자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을 키워냈지만 김 전 회장은 “아들의 교육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1970년대 후반 김 전 회장은 기아기공과 기아산업 사장을 맡으며 바쁜 시절을 보냈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당시도 과외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지만 아들은 절대 과외를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자꾸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김 교수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칠 때도 있었지만 결국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김 전 회장은 “당일 목표한 학습량을 채우지 않으면 하교하지 않는 걸로 선생님들 사이에 유명했다”고 전했다.
◆만찬 대신 가족음악회
오 교수는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해 공학상을 받았다. 의학상을 받은 곽 교수는 림프종 백신을 개발했다. 조 대표 등은 22년간 위기 청소년 1000여명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일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3억원의 상금과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올해 26회를 맞은 호암상에서는 만찬행사가 음악회로 대체됐다. 과거 만찬에서는 초청된 정·관계 인사들과 삼성 오너 일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수상자와 가족들이 서로를 축하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삼성 임직원들과 삼성이 후원하는 교육장학사업 ‘드림클래스’ 참가 중학생 150여명 등 9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헌정신을 기려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다. 지금까지 수상자 133명에게 상금 214억원이 수여됐다.
노경목/김현석 기자 autonomy@hankyung.com
1일 호암상 과학상을 받은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의 수상 소감에 팔순이 넘은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일인가” 하며 애써 태연해하던 노(老)기업인은 아들의 영예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는 △오준호 KAIST 교수(공학상) △래리 곽 미국 시티오브호프병원 교수(의학상) △황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예술상) △김현수 조순실 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사회봉사상) 등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無사교육으로 키운 세계적 석학
김 교수는 현대물리학의 주류로 부상한 양자역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양자광학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 기초 이론과 양자컴퓨터 연구분야를 선도한 공을 인정받아 호암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아버지는 어떤 분이냐”는 질문에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는 “지금 나의 90%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일로 바쁘셨지만 당신의 삶 자체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을 키워냈지만 김 전 회장은 “아들의 교육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1970년대 후반 김 전 회장은 기아기공과 기아산업 사장을 맡으며 바쁜 시절을 보냈다. 다만 김 전 회장은 “당시도 과외를 많이 하던 시절이었지만 아들은 절대 과외를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자꾸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김 교수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칠 때도 있었지만 결국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게 됐다. 김 전 회장은 “당일 목표한 학습량을 채우지 않으면 하교하지 않는 걸로 선생님들 사이에 유명했다”고 전했다.
◆만찬 대신 가족음악회
오 교수는 한국 최초의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해 공학상을 받았다. 의학상을 받은 곽 교수는 림프종 백신을 개발했다. 조 대표 등은 22년간 위기 청소년 1000여명의 자립과 복지를 위해 일했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3억원의 상금과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올해 26회를 맞은 호암상에서는 만찬행사가 음악회로 대체됐다. 과거 만찬에서는 초청된 정·관계 인사들과 삼성 오너 일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수상자와 가족들이 서로를 축하하고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삼성 임직원들과 삼성이 후원하는 교육장학사업 ‘드림클래스’ 참가 중학생 150여명 등 9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씨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피아노를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헌정신을 기려 1990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제정했다. 지금까지 수상자 133명에게 상금 214억원이 수여됐다.
노경목/김현석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