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가전은 몇 년 전만 해도 전망이 어두운 산업으로 꼽혔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큰 산업인데 하이얼과 미디아 등 중국 업체의 추격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유럽의 밀레, 미국의 월풀 등 외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은 제품 한 대당 판매단가가 높아 수익률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한 대당 2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판매대수로는 0.3%에 불과했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3.1%를 기록했다. 과거보다 적은 제품을 팔더라도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공하면 브랜드 전체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밀레 등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가 가진 기술력은 물론 그간 축적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비로소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삼성전자가 ‘셰프콜렉션’, 올 3월 LG전자가 ‘시그니처’라는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은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결과다.

한국 기업들이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단계 높은 기술력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면을 휘어지게 만들어 몰입감을 높이는 커브드 TV 시장을 장악했다.

작년에 팔린 커브드 TV 470만대 중 377만대가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LG전자도 OLE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2500달러 이상 세계 TV 시장에서 점유율 48.4%를 달성했다.

가전부문은 냉장고에서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돋보인다. 삼성전자가 2014년 600만원대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LG전자는 올 3월 800만원대 제품을 내놨다.

세탁기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수시로 세탁물을 추가할 수 있는 ‘에드워시’를, LG전자는 세탁기 2개를 하나로 묶은 ‘트윈워시’를 내놨다. 두 제품 모두 200만원대 이상이다.

이 같은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출시는 관련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밀레코리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다른 프리미엄 가전업체의 매출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해당 시장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