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연내 매각 합의"…인수 후보·효과는?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오게 됐다.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은행(IB)을 목표로 하는 증권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가격이 관건이란 관측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구조조정 작업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하이투자증권을 연내 매각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은 제일투자신탁으로, 부산상공회의소 주도로 1989년 부산 동구에 설립됐다. 때문에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남지역 기반의 자산관리(WM) 영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후 제일제당에 인수되면서 CJ투자증권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면서 하이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삼호중공업의 지분 94.9%를 보유 중이고,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43.5%를 가지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5.3%를 보유한 구조다.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7000억원 규모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대형 증권사 도약은 어렵지만, 자기자본 3조원의 대형 IB를 노리는 증권사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재 자기자본 2조5000억원 규모의 신한금융투자는 대형 IB 도약을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적정한 가격에 나온다면 인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2020년까지 대형 IB를 목표하고 있는 메리츠종금증권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이밖에 자본금이 1조원을 넘는 하나금융투자(1조7888억원) 대신증권(1조6803억원) 키움증권(1조559억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에 팔린다면 현대미포조선이 가진 85% 지분의 가치는 6000억원 수준"이라며 "싸게 판다고 하면 관심을 가질 증권사들이 많겠지만, 현대중공업의 손실을 생각하면 싸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CJ투자증권 인수와 세 번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하이투자증권에 총 1조1591억원을 투자했다. 하이투자증권을 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당장 6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겠지만 회계상으로는 5000억원 이상의 투자손실을 반영해야 한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이겠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애매한 신한금융투자(신한지주), 메리츠종금증권이나 이전에 증권사 인수전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증권사들이 복수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며 "미래에셋증권도 지난번 현대증권 때처럼 추가적인 인수를 고려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민수/이민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